"야구장 밖에 사람들이 별로 없던데, 매진이 안됐나."
3월 31일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개막전이 열린 잠실구장. 경기 전 한화 김성근 감독이 꺼낸 말이다. 버스에서 내려 야구장에 들어오는데, 평소와는 기운이 달랐다. 개막전이라 하면, 야구팬들이 가장 보고 싶은 경기인데 조금은 썰렁한 기운이 느껴졌는지 관중 걱정을 했다. 이날 한화-두산전은 개막전 최고의 빅매치였다. 최고 인기팀으로 급부상한 한화와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경기, 당연히 만원 관중이 들어찰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2만 관중을 겨우 넘겼다. 개막전 뿐 아니었다. 이번 한화-두산 3연전은 단 1경기도 매진을 기록하지 못했다. 토-일요일 주말에도 관중수는 비슷했다.
이제는 부인할 수 없는 라이벌이 된 LG 트윈스-넥센 히어로즈의 '엘넥라시코' 3연전도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양팀의 3연전은 1경기도 1만명 이상의 관중을 찍지 못했다. 3연전 내내 관중석이 텅텅 비었다. LG 양상문 감독은 "여러 원인이 있어 팬들께서 아직은 경기장을 덜 찾으시는 것 같다. 우리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다시 경기장에 많은 팬들이 찾으실 것"이라고 했다.
흥행 기대를 모았던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삼성이 최형우(KIA 타이거즈) 차우찬(LG 트윈스) 등 주축 선수들 이적으로 힘이 빠졌다 하지만, 개막 3연전 상대가 공교롭게도 최형우의 KIA였다. 여기에 새롭게 삼성 유니폼을 입은 우규민도 1일 첫 선발 등판했다.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는 관중 입장에서 볼거리가 많았지만, 3경기 모두 1만 관중을 겨우 넘겼다.
2017년 프로야구의 흥행 부진 조짐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같은 금요일 개막에 개막 구장 5곳이 모두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3개 구장이 매진을 기록했었는데, 올해는 개막전 당일 창원 마산구장만 표가 모두 팔렸다. 그것도 경기 시작 2시간 20분 후 매진 기록이 됐다. 1만1000석 규모의 마산구장이 KBO리그 18년 만의 수모를 피하게 해줬다. 마산구장마저 매진이 안됐다면 지난 1999년 이후 처음으로 개막전 매진 구장이 없는 해로 기록될뻔 했다.
이후 주말 경기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2일 마산구장 롯데 자이언츠-NC 다이노스전만 매진이 됐을 뿐, 나머지 구장에서는 3연전 내내 모두 티켓이 남았다. 지난해에는 개막 3연전 중 마지막 일요일에 비가 와 3경기가 취소됐다. 총 12경기가 열렸고 전체 18만643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경기당 평균 1만5536명이었다. 매진 경기만 총 4경기였다.
그러나 올해는 15경기 합해 총 19만4941명에 그쳤다. 평균 관중수가 1만2996명으로 뚝 떨어졌다. 위에서 언급했 듯, 매진은 1만1000석의 작은 구장 마산에서만 2번 나왔다.
왜 이런 흥행 부진이 발생한 걸까. 먼저, 팬들의 관심이 분산된 이유가 있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과 세월호 인양, 조기 대선에 따른 후보 경선 등 정치-사회 이슈가 쏟아졌다. 여유있게 야구를 보러 갈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
야구 내적인 문제도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이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사상 처음으로 예선 라운드를 유치했는데, 탈락하면서 충격이 컸다. 최근 몇 년간 선수 '거품 몸값' 논란이 있었는데, 몇몇 선수의 무성의한 플레이와 태도가 포착돼 팬들이 들끓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개막을 앞두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수당을 주지 않으면 팬사인회 등 구단 행사 참가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이 확인 돼, 야구팬들의 마음을 더 멀어지게 했다.
날씨가 좋지 않았던 점도 악영향이었다. 3월 31일과 4월 1일 비가 오락가락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3연전 마지막 일요일 전국적으로 비가 왔었기에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날씨가 많이 좋아진 2일 경기에 관중이 많이 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고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