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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천 전 감독 "LG 한국시리즈 시구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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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있고 마지막으로 LG 트윈스 시구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구단에서 연락이 왔다. '이심전심'으로 마음이 통한 모양이다. 내 유니폼도 만들어놨다고 하던데, 마운드에 선다고 생각하니 기대가 된다."

KBO리그 사상 유일무이한 4할 타자 백인천 전 감독 LG 트윈스 감독(74).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돌아볼 때 빼놓을 수 없는 야구인이다.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 타격왕 출신인 그는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MBC 청룡 감독 겸 선수로 타율 4할1푼2리를 기록했다. 감독 겸 선수에 4할 타율, 프로야구 초창기였기에 가능했던, 야구만화에나 나올법한 스토리다.

LG 구단이 백 전 감독을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7년 홈 개막전 시구자로 모셨다. 물론, 여러가지 의미를 담아 시구자를 선정했다. 백 전 감독은 1990년 LG 창단 감독으로 트윈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지도자다. 서울 연고 신생팀 LG가 첫 해부터 KBO리그 최고 인기 구단으로 발돋움하는 데 말판을 놓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인연은 더 있다. 프로야구 원년 청룡 감독 겸 선수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트윈스가 청룡의 후신이다. 백 전 감독이 1990년대 중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를 지휘했지만, LG 유니폼을 입은 백 전 감독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공교롭게 올해 LG의 홈 개막전 상대팀이 삼성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백 전 감독은 삼성 사령탑으로 이승엽이 홈런타자로 성장하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한 인연이 있다.

백 전 감독 마음속에 트윈스는 특별하다. 그는 "여러 팀을 맡았지만 아무래도 LG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1990년 한국시리즈 우승은 '지도자 백인천'에게 유일한 우승 경험이다. 백 전 감독은 "(1990년)그 때는 구단이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선수들이 참 열심히 했다. 지금도 LG팬들이 열심히 응원해주시고 계시지만, 당시에도 엄청난 성원을 보내주셨다. 이런 모든 게 어우러져 우승할 수 있었다"고 27년 전 기억을 불러냈다.

LG 구단이 백 전 감독을 홈 개막전 시구자로 모신 이유가 여기 있다. 창단 첫 해 기분 좋은 우승 추억을 되살려, 좋은 기운을 팀에 불어넣고 싶어서다.

팀 분위기를 일신해 대약진을 노리는 LG는 지난 오프 시즌에 FA(자유계약선수) 투수 차우찬을 영입해 마운드를 강화했다. 삼성 출신 차우찬이 4일 개막전 선발로 나서 삼성을 상대로 던진다. 착실하게 팀 리빌딩을 진행해 세대교체에 성공한 LG는 최강 두산 베어스를 위협할 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LG는 또 11년 만에 구단 BI(Brand Identity)를 새롭게 제작했으며, 유니폼과 로고, 마스코트를 바꿨다.

백 전 감독의 시구 결정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열흘 전 쯤 계단에서 넘어져 왼쪽 발목을 삐끗했다. 뼈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지만 근육을 다쳐 보행이 불편해 졌다. 병원에선 시구를 말렸다고 한다. LG 구단도 노심초사하며 최종 결정을 기다렸다. 백 전 감독은 "많이 좋아졌고, 시구하는 날까지 더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꼭 하고 싶은 시구인데 포기할 수가 있나. 나이를 먹으니까 자꾸 아픈 데가 많아 진다. 4년 전엔 고관절 수술을 했다"고 했다.

백 전 감독은 바람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트윈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다시 한번 잠실구장 마운드에 서는 것이다. 그는 "한국시리즈 시구를 하고 싶은데, 그럴려면 우선 홈개막전에서 이겨 좋은 이미지를 남겨야할 것 같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