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K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는 단연 양동현(포항)이다.
1일 전남전 골은 지금 양동현의 컨디션을 잘 보여준다. 전반 12분 스루패스를 받은 양동현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수 토미를 마주했다. 볼을 잡고 돌파를 시도하던 양동현은 임민혁 골키퍼의 위치를 확인했고, 타이밍을 뺏는 절묘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양동현은 이날 후반 44분 심동운의 골까지 도우며 1골-1도움을 올렸다. 포항은 3대1 완승을 거뒀다.
벌써 4골째다. 4경기 4골. 득점 선두를 질주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초반에도 좋았지만 올 시즌에는 더욱 원숙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유를 물었다. '도대체 이렇게 잘하는 이유가 뭐냐'고.
양동현은 두가지 이유를 꺼냈다. 첫번째는 '전술'이다. 양동현은 "감독님이 내가 골을 넣는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전술을 짜주셨다"고 했다.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좁혀주셨다. 과거에는 볼을 받으러 나가야 하고, 사이드로 나가야 했다. 지금은 다르다. 우리가 스리톱을 쓰는데 측면 공격수가 안쪽으로 좁히고, 윙백들이 측면 공격을 책임진다. 3명의 중앙 미드필더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윙이 안쪽으로 좁히다 보니까 움직여야 하는 범위가 좁아지고 윙백들이 활발하게 오버래핑을 하니까 가운데에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움직임의 폭을 좁히고 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적응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양동현은 "이제야 적응한 것 같다. 사실 '경기 중에 몇번이나 볼을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훈련과 경기가 진행될 수록 찬스가 많이 나오니까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이어 "찬스가 났을때 힘을 비축하고 있다보니 상황 판단 능력도 더 좋아지고, 마무리에서 집중력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두번째는 '책임감'이다. 양동현은 달라졌다. 비단 그의 팔에 둘러진 주장 완장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내가 왜 달라진지는 모르겠다"고 웃었지만, 분명 과거 모습과는 다르다. 양동현은 "올 시즌 목표를 2경기에서 1골로 잡았다. 18골을 넣고 싶다. 과거에는 4경기에서 4골을 넣으면 지금 상황에 만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지금까지 넣은 4골에 대한 만족보다는 나머지 14골을 어떻게 넣을까 하는 책임감이 더 커지더라"고 했다.
그의 달라진 마음가짐은 대표팀을 대하는 자세에서부터 드러난다. 슈틸리케호는 중국-시리아전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K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 양동현을 선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다. 양동현은 "(A대표에 발탁되지 않은)아쉬움은 전혀 없다. 분명 감독이 원하는 선수가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작년에 (정)조국형, (염)기훈이형 좋았을때도 안뽑혔다. 슈틸리케 감독의 주관이 확실해보인다. 또 후배 공격수들이 부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 이름이 나오니까 미안한 부분도 있다. 내가 뽑힌다고 잘한다는 보장도 없고…"라고 했다. 이어 "어렸을때 만약 이런 상황이었다면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라고 아쉬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이 없는거 보니 확실히 나이를 먹은 것 같다"고 웃었다.
양동현은 득점왕에 대해 묻자 손사레를 쳤다. 그는 "너무 초반이다. 초반에 반짝한다고 끝까지 간다는 보장이 없다. 중반에도 지금 페이스대로 한다면 욕심 내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2경기에 한 골은 꼭 넣고 싶다. 그러면 팀도, 나도 좋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잘 뛸 수 있는 전술 속에서,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무장했기에 그래서 더 득점왕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게 사실이다. 지금 양동현은 분명 가장 믿음직한 공격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