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어도 소득이 있다면 괜찮은데, 그 어떤 것도 건진 게 없는 개막 3연전이었다.
넥센 히어로즈가 2017 시즌 개막 3연전을 모두 패하고 말았다. 넥센은 31일부터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 개막 3연전에 스윕을 당했다. 1차전 접전 끝 1대2 석패의 아쉬움이 컸는지, 2차전(3대8)과 3차전(1대9)은 무기력한 경기로 팬들을 실망시켰다. 경기 중반 상대에 승기를 내주자 속절 없이 무너졌다.
넥센은 큰 기대 속에 새 시즌을 맞이했다. 특히, 오랜 시간 팀을 잘 이끌어온 염경엽 감독을 대신해 장정석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스카우트, 운영팀장직 등 프런트 업무를 두루 소화하며 선수들과 인연을 맺어왔던 장 감독이기에, 기존 넥센의 끈끈한 야구에서 큰 변화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장 감독은 데뷔 승을 이번 3연전에서 챙기지 못했다. 위닝시리즈까지는 아니더라도, 개막 3연전 홈 팬들 앞에서 승리를 신고했다면 다가올 경기들을 더욱 부담없이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두운 분위기 속에 부산 원정길에 오르게 됐다. 개막 후 롯데 자이언츠의 기세가 나쁘지 않고, 1-2-3선발(앤디 밴헤켄-션 오설리반-신재영)을 모두 썼기에 쉽지 않은 원정 3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큰 기대를 걸었던 션 오설리반의 부진도 뼈아프다. 넥센은 거액 110만달러를 투입해 에이스 역할을 할 오설리반을 데려왔다. 그러나 1일 2차전에서 7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믿었던 오설리반이 무너지자 그 영향이 3차전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이번 LG전 1패가 아니라, 그 경기 보여줬던 구위라면 앞으로도 활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상대를 압도할 만한 구위가 아니었다. 개막전 선발 앤디 밴헤켄은 변함없이 잘 던졌지만, 외국인 타자 대니돈의 부진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시범경기 맹활약으로 화제를 모았던 '바람의 손자' 신인 이정후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정후라도 잘했다면, 팬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스타 등장에 어느정도 만족할 수 있었겠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1일 2차전에서 대타로 출격해 데뷔전을 치른 이정후는 2일 3차전에서 8번-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땅볼 2개에 삼진 1개를 당하며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방망이에 잘 맞히고, 빠른 발을 가진 건 확인했지만 정규시즌 경기에서는 긴장을 조금 더 풀고 자신있게 해야할 듯 보인다.
이번 넥센의 개막 3연전은, 3패의 기록만 남았을 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었다. 지우고 싶은 악몽이 되고 말았다.
고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