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감수했다. 편하게 이기려다가 자칫 역전패라는 큰 충격에 빠질 뻔했다.
KIA 타이거즈가 8회까지 잘하다가 9회 한번에 대량실점한 것은 방심이 불러온 화였다.
KIA는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서 10회 연장 접전 끝에 버나디나의 결승 2타점 안타로 9대7의 승리를 거뒀다. 경기 내용을 보면 기가 찰 노릇이었다. 선발 팻 딘의 7이닝 무실점의 완벽투에 타선의 집중력으로 7-0으로 앞서며 여유있게 승리를 챙길 수 있을 것 같았다. 8회에도 박지훈이 삼자범퇴로 막았고, 9회말 아웃카운트 3개만 잡으면 개막 2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심이 빈틈을 만들었고 삼성에 반격을 허용했다.
9회초 김광수가 나와 최경철에게 스리런홈런을 맞을 때만해도 대구팬들에게 선사하는 위로의 홈런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삼성의 공격은 계속됐고, KIA는 결국 셋업맨 한승혁에 마무리 임창용까지 출격했다. 그런데도 삼성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한승혁은 폭투로 1점을 헌납했고, 임창용은 밀어내기 볼넷에 최영진에게 2타점 중전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강한울에게도 정타를 맞았지만 전진 수비한 우익수 이호신의 정면으로 가며 간신히 9회말을 마쳤다.
KIA 타선은 의심의 여지없이 최강전력이고, 삼성과의 2연전에서 이를 증명했다. 시즌전에도 문제는 마운드였고, 특히 불펜진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선발은 헥터와 팻 딘, 양현종의 3인 선발이 확실하기에 4,5선발의 활약이 중요하다. 하지만 불펜은 꾸준해야 하고 박지훈-한승혁-임창용의 필승조에 기대를 걸었다.
물론 7-0이라는 큰 점수차라 마음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준비해서 등판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불펜투수라면 언제든지 출격할 수 있어야 하는것도 사실이다. 7점의 차이도 막지 못하는 불펜이란 불안감은 선발투수와 타선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선발 투수는 어떻게는 더 길게 잘 막아야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고, 타선 역시 3∼4점차도 불안해 더 점수를 뽑아야한다는 부담속에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일찍 이런 경기가 나온 것이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선 다행이라고 볼 수 있을 듯.
그나마 9-7로 앞선 10회말 나온 심동섭의 피칭이 빛났다. 심동섭은 선두 9번 우동균을 중견수 플라이, 1번 배영섭을 삼진, 2번 백상원을 1루수앞 땅볼로 가볍게 처리하며 승리를 지키며 KIA의 시즌 첫 세이브의 주인공이 됐다. 필승조에 좌완투수가 없었던 상황에서 심동섭이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0-7에서 9회 대거 7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한 KIA의 불펜진이 앞으로도 이런 불안감을 노출할까. KIA의 대권도전에서 꼭 지워야할 불안감인 것은 분명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