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여행에서 시작해 살아보기까지로, 나영석 PD표 예능 힐링의 범주가 확대되고 있다.
'꽃보다' 시리즈부터 시작해 '삼시세끼'를 거쳐, '신서유기', '신혼일기' 그리고 '윤식당'에 이르기까지. 즉흥적인 배낭여행을 넘어 시골살이 그리고 해외살이까지 시청자의 상상이 현실이 된다.
나PD의 예능이 주는 힐링은 '대리만족'으로 축약할 수 있을 듯하다. 할배, 누나, 청춘 등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스타들이 다양한 나라로 떠나 시청자들을 여행의 세계로 안내했다. "여행은 일상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잊고 있었던 부분들을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되기 때문에 여행 프로그램을 하게 됐다"는 나PD의 말처럼 일상에 지친 시청자에게 여행지의 풍광은 힐링이었고, 그 안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웃음을 안겼다.
유럽편과 타이완편, 스페인 편 총 3편이 방송된 '꽃할배'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으로 구성된 H4가 짐꾼 겸 가이드 이서진과 함께 떠난 여행기가 색다른 볼거리와 웃음을 선사했다. '꽃보다 할배'가 다녀간 여행지에는 한국인 관광이 급증했다는 후문. 이름난 관광지를 두루 탐방하는 할배들의 모습은 여행의 즐거움에 늦은 때란 없음을 상기시켰다.
제작진은 이후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등 여배우들을 섭외해 '꽃보다 누나'를 기획, '꽃보다 할배'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여행기를 선보여 또 한 번 호응을 이끌었다. 로맨틱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크로아티아의 여정이 시청자들을 황홀하게 했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등을 연이어 히트시킨 나영석 PD은 신작 '꽃보다 청춘'을 들고 돌아왔다. '40대 꽃청춘' 윤상, 유희열, 이적의 페루 편과 '20대 꽃청춘' 유연석, 바로, 손호준의 라오스 편으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꽃보다 청춘'은 이후에도 출연진을 바꿔가며 청춘들의 즉흥 여행기로 시청자들에 설렘을 안겼다.
이처럼 여행이라는, 일상 탈출의 가장 기본적인 소재를 힐링으로 승화시킨 나 PD는 이후 '자급자족'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삼시세끼' 시리즈를 통해 농촌과 어촌이라는 환경 속에서 오직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과정을 예능으로 풀어냈다. 텃밭 채소로 낯선 시골살이를 헤쳐 나가던 출연진은 이후 직접 농사를 짓고 배를 타고 나가 물고기를 잡을 정도로 발전했다.
'삼시세끼'가 단순히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시골 생활의 어려움을 압축해 보여줬다면 '신혼일기'는 이를 좀더 총체적으로 풀어냈다. 서로에게 적응해 가는 신혼을 시골생활에 익숙해져 과정과 연결시켰다. '삼시세끼'가 한 번 가서 3~4일 정도 촬영, '시골생활 체험기' 정도였다면 '신혼일기'는 가을부터 준비를 시작해 강원도 인제에서 겨울을 나는 부부의 일상을 통해 '시골에서 살아보기'로 이야기를 확대했다.
그리고 나PD가 이제껏 펼쳐 온 이야기는 이제 '해외에서 자급자족으로 살아보기'로 다시 한 번 폭이 넓어진다. '윤식당'은 배우 신구,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가 인도네시아 발리의 인근 섬에 작은 한식당을 열고 운영하는 이야기를 담은 리얼리티 예능. 복잡한 도시를 떠나 파라다이스 같은 곳에서 작은 한식당을 열게 된 이들의 특별한 일상이 찾아온다.
누구나 한 번쯤 꿈 꿔 봤을 법한 배낭여행, 시골살이, 그리고 해외에서 살아보기. 마치 오랜시간 준비하기라도 한 것처럼 이 과정은 차근차근 진행됐다. 출연진은 농사나 낚시 혹은 월동준비 같은, 당장의 먹거리를 마련을 넘어 해외에서 직업을 갖고 그곳에서 일상을 누려보게 된다.
만약 '윤식당'이 '꽃보다' 시리즈처럼 발리 여행기에 그쳤다면, 혹은 '삼시세끼'처럼 자급자족 식생활에 그쳤다면 이를 넘어선 감동을 주기 어려울 것. 나PD는 한 번에 높이 탑을 쌓는 대신, 낮은 곳에서부터 아주 조금씩 흙을 더해 탑을 다져 올리고 있다. 출연진에게 주는 미션의 강도를 조금씩 높이면서도, 갑자기 현실을 들이밀어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에 찬물이 튀지 않도록 조절한다.
여행과 체험을 넘어 '살아보기'라는 화두로 또 다시 더 업그레이드된 나PD표 예능. 그만큼 더욱 커질 웃음과 감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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