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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아이콘] 스칼렛 요한슨, 2% 부족한 패션 센스 채운 것은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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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배선영 기자] 할리우드 우먼파워, 스칼렛 요한슨의 스타일링을 완성한 것은 다름 아닌 당당함과 여유였다.

지난 17일 신작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홍보를 위해 한국땅을 처음 밟은 스칼렛은 2박3일의 짧은 일정 동안 기자회견 및 레드카펫 행사, 방송 인터뷰 등의 공식 행사를 소화한 뒤 19일 출국했다. 신작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별 다를 것 없는 일정을 마무리 하고 돌아갔지만, 그녀는 꽤 특별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첫 인상부터 강렬했다. 17일 일본에서 출발한 전세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스칼렛. 블랙 야구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 노출의 부담을 던 뒤, 화이트 티셔츠에 롤업한 라이트 블루 스트레이트 진을 입고 블랙 블루종과 블루&블랙 컬러가 믹스된 빅 스카프를 매치했다. 전체적으로 톤을 조화롭게 스타일링했지만 애써 꾸민 듯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입국장을 지나온 그는 취재진을 향해 짧은 손인사로 예의만 갖출 뿐, 구태여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카메라를 크게 의식하지도 않은 채 자신의 갈 길을 갔다. 새삼 이상할 것 없는 스칼렛의 이날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온 것은 (스타와 스타일리스트, 브랜드의 협업 속에) PPL로 범벅이 된 한국 공항패션에서 그간 피로감을 느껴왔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스칼렛의 다음 행선지는 내한 기자회견이 열리는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그녀는 금발머리와 잘 어울리는 데저트 샌드 컬러의 블라우스에 핫핑크 하이웨스트 팬츠를 입고 나타났다. 유명 브랜드의 신상 원피스로 온갖 치장을 하고 포토라인에 선 뒤, 정작 기자회견 때는 무릎을 가리느라 불편한 자세로 앉아 보는 이들마저 불편하게 만드는 몇몇 스타들과는 확실히 대조적이었다.

물론, 이날 그녀의 패션이 완벽했노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블라우스와 팬츠, 스웨이드 벨트는 다소 부조화스러웠으며, 팬츠의 펑퍼짐한 실루엣이 그녀의 최대 장점인 글래머러스한 바디라인을 가린 것이 아무래도 아쉽다. 그렇지만 요즘 스칼렛이 고수하고 있는 투블럭 숏컷 스타일에는 환호성이 터질만 했다. 영화 속 그가 맡은 캐릭터, 메이저(인간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특수부대의 리더)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스타일링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날 스칼렛 요한슨을 가장 빛나게 만든 것은 미국에서 폴리테이너로 유명한 스칼렛에게 쏟아진 한국 정치상황에 대한 질문에 여유롭게 대처하는 애티튜드.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대통령이 탄핵된 사실을 혹시 알고 있나, 알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라는 한 기자의 질문을 받은 그는 "지금 날 한국 정치에 끌어들이는 건가?"라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뒤이어 이어진 질문 "영화에서 처럼 투명 인간이 되는 수트를 입는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뭔가"에 "청와대에 몰래 들어가 탄핵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보겠다"라고 답했다.

"영화와 관계 없는 질문이군요"라는 사회자의 멘트가 등장할만큼 난데없는(?) 탄핵 질문이 나오고 나서 기자회견장의 공기에 긴장이 감돌았다. 하지만 스칼렛 요한슨은 자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는 폴리테이너 아닌가. 그런 그가 과연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기대 어린 시선이 교차한 것도 사실이다. 모든 이의 시선이 머문 스칼렛 요한슨의 입. 그 입에서 나온 대답은 솔직하고 깔끔했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알고 있고 미국 역시 복잡한 상황이지만 내가 한국정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듯 하다."

여기에 뒤이어 나온 탄핵과는 관련 없는 투명수트 질문에 구태여 이를 언급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까지 했다. 분위기가 훈훈해진 회견장에 다시 한 번 트럼프와 관련된 질문이 등장했다. 그러나 "시간 관계상 바로 끝인사로 넘어가겠다"라는 진행자의 멘트와 함께 질문은 답을 듣지 못한 채 흩어져 버릴 뻔 했다. 이를 다시 주워담은 것도 다름 아닌 스칼렛. 끝인사를 요청하는 사회자의 멘트 뒤로 그는 다소 생각에 잠겨 있더니 "트럼프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답을 하고 싶지 않다"라고 답했다. 질문을 던진 취재진을 존중하면서도 그의 입장에서 솔직한 답을 들려준 셈이다. 이외에도 이날 스칼렛 요한슨은 영화에 대한 질문에는 작품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들려줬고, 다소 연기하기 어려울 법한 캐릭터, 메이저를 연기하면서 들었던 복잡한 생각들도 이야기 했다.

사실 스칼렛 요한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특유의 섹슈얼함이다. 그의 필모그래피 속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서 맡은 역, 애너와 같은 이미지 말이다. 하지만 스칼렛 요한슨은 그 이미지에 스스로를 가두는 그런 류의 배우는 결코 아니다. 아역으로 시작한 그녀는 적극성과 주체성을 가지고 역할을 선택해왔다. 그 결과물들 중에는 뛰어난 작품들이 다수다. 열아홉 나이에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에서 깊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것에 성공했고, '매치 포인트', '스쿠프' 에서는 우디 앨런 감독 작품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재치있게 표현했고, '천일의 스캔들' 등의 시대극에서도 자신을 증명한 재능 있는 배우다. 그 재능이 바로 한국에서는 더더욱 드물지만, 할리우드에서도 흔치 않은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연 여배우로 설 수 있게 된 배경이다.

할리우드 우먼파워의 대표적 인물이 된 스칼렛 요한슨은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속 메이저로서 그러하듯, 이번 내한 행사장에서 카메라나 누군가의 시선, 혹은 편견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자신이 할 이야기를 주체적이며 솔직하게 들려줬다. 이런 당당한 애티튜드와 여유가 그녀를 누구보다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어줬다.



sypo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