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없으면 사자가 먹이의 세계를 독식하는 법. 안양 KGC와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가 그랬다. KGC 센터 데이비드 사이먼이 오리온의 골밑을 폭격해버렸다.
KGC는 26일 안앙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혼자 34득점을 기록한 사이먼의 활약을 앞세워 95대80으로 손쉽게 이겼다. 2위 KGC와 3위 오리온의 대결. 이날 오리온이 이겼다면 양팀의 승차는 0으로 지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KGC가 이날 4라운드 대결에서 승리, 승차를 2경기로 벌리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프로농구는 2위까지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기에 2위와 3위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오리온은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부상을 당해 결장하고 있는 이승현의 공백이 뼈아팠다.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가 정통 센터가 아니기에 이승현이 없는 골밑이 헐겁다. 이와중에 KGC는 리그에서 최강 높이를 자랑하는 팀. 안정적인 사이먼과 오세근의 조합은 매우 강하다.
사이먼은 물만난 고기처럼 상대 골밑을 경기 시작부터 맹폭했다. 1쿼터 사이먼과 오세근이 17점을 합작했다. 그래도 1쿼터는 혼자 13점을 해결한 헤인즈의 활약 속에 25-25 동점. 그러나 2쿼터부터 게임이 KGC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헤인즈가 2쿼터 2득점으로 부진한 가운데 사이먼은 혼자 10득점을 책임졌다.
3쿼터 시작하자마자 사이먼은 바스켓카운트 득점을 성공시키며 기세를 올렸고, 골밑 공격 뿐 아니라 3점슛도 성공시키며 상대 힘을 빠지게 했다.
3쿼터 막판 휴식을 취한 사이먼은 이미 힘이 빠진 오리온을 상대로 쐐기를 박았다. 77-64로 앞서던 4쿼터 중반 작전타임 후 사이먼과 문성곤의 연속 3득점이 터지며 경기는 사실상 종료됐다. 34득점(3점슛 3개) 11리바운드. 사이먼은 4쿼터 KBL 리그 개인통산 1500리바운드 기록까지 달성해 기쁨이 두 배였다. 경기 종료 3분17초 전 20점차로 벌어지자 일찌감치 휴식을 위해 빠졌다. 사이먼의 파트너 오세근도 15득점 11리바운드로 폭격을 도왔다. 오리온은 두 사람을 막기 위해 이 방법, 저 방법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골밑에 수비가 몰리는 틈에 KGC가 10개의 3점슛을 폭발시키자 속절 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오리온은 헤인즈가 29득점 10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공격이 너무 헤인즈에 쏠렸고 이날 경기 유독 슈팅 마무리에서 집중력 부족을 보이며 패하고 말았다.
안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