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1박2일'이 돌아온 정준영을 보듬었다.
지난 15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는 앞서 예고된대로 정준영이 등장했다. 예상과 달리 격한 재회나 요란스러운 환영식은 없었다. 연예인들의 흔한 복귀 공식인 독한 셀프디스도 없었다. 정준영의 앞에는 눈 쌓인 고독한 산길 뿐 이었고, 그 길 위에서 시청자와 대면했다.
방송에서는 바로 멤버들 앞에 깜짝 등장하며 합류할 줄 알았던 정준영의 복귀식 대신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지리산 산행으로 그를 맞았다. 멤버들이 뽑은 숫자 30번 만큼 이름을 불려야 합류 할 수 있는 제작진의 룰 때문이었다. 멤버들이 이름을 부르기 전 정준영은 하나의 등산객에 지난지 않았다. '1박2일'에서 동고동락한 멤버들이 이름을 불러줘야만 그는 비로소 '1박2일'의 꽃이 될 수 있었다.
3개월 만의 복귀에 관심을 갖고 지켜본 시청자들이 많았지만 제작진은 이를 정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춥고 외로운 산행 속에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기다리는 정준영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해 나갔다. 평소처럼 시끌벅적하게 게임을 즐기는 멤버들의 모습은 쓸쓸한 정준영의 모습과 교차되며 어딘가 한 구석이 빈 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제작진에 수시로 "이름 불렀어요?"라고 확인하는 정준영은 힘든 산행 속에 담담히 자신의 휴식기 동안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시청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또 미션 삼매경 중에도 중간중간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멤버들의 모습 속에서 '막내', '그 동생' 정준영을 향한 그리움도 엿볼 수 있었다.
결국 이날 방송에서 정준영은 정상에 오를 때까지 30번의 이름을 불리지 못해 멤버들과 합류하지 못했다. 그는 "형들이 기다려준 만큼 올해는 더 재미있게, 건강하게 보내겠다"고 새해 소망을 빌었고, 홀로 외치는 그의 각오가 시청자들에 진심어린 목소리로 다가왔다.
제작진은 바로 정준영을 투입 시키기보다는 합류 과정 조차 하나의 미션으로 풀어내며 '적응기'를 만들었다. 멤버들과 정준영의 엇갈림 속에 결국 시청자들도 그의 이름이 불려지길 마음으로 함께 바라게 됐다. 정준영이 시청자에게 서서히 다가갈 수 있도록, 그리고 시청자도 거부감 없이 그의 진심을 마주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배려한 흔적이 엿보였다.
'1박2일'은 그간 여러 차례 멤버 변화를 겪으면서도 주말 예능 부동의 1위로 위엄을 과시하고 있다. 나영석·유호진·유일용 등 PD가 바뀌고 멤버들이 들어오고 나가며 수많은 변화를 겪는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특히 시즌3에서는 김주혁이 떠나고 합류한 윤시윤이 들어오는가하면, 유호준 PD가 떠나고 유일용 PD로 메인 연출이 바뀌고, 막내 정준영이 사생활 논란으로 잠시 프로그램을 떠나는 등 여러 진통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1박2일'은 흔들림 없이 막내의 빈자리까지 따뜻하게 덥혀 놓으며 한층 더 단단해진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에도 방황 후 돌아온 멤버들 보듬는 남다른 내공과 연륜을 보여준 '1박2일'. '이멤버 리멤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과연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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