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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분석] '휴먼' 앞세운 설 파일럿 예능, 누가누가 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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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이번 설 연휴에도 아이돌은 바빴다. 소속사 대표까지 합세해 회사 이름을 걸고 각종 게임을 펼쳤고(SBS '아이돌 생존쇼-사장님이 보고 있다'), 가족 친지들과 노래자랑에 나섰다(KBS2 '전국 아이돌 사돈의 팔촌 노래자랑'). 명절 브랜드 예능이 된 MBC '아이돌 육상 선수권대회'에도 어김없이 출전했다.

쿡방(음식 방송)과 음방(음악 방송)도 여전히 강세였다. "오후 11시 이후로는 쿡방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던 이경규는 오전 8시 방송이라는 파격 편성으로 입맛 없는 아침에 식욕을 돋웠다(MBC '이경규의 요리 원정대'). 이에 질세라 식신으로 소문난 연예인들은 빨리, 많이, 맛있게 먹기에 도전해 최고의 먹방 스타를 가렸다(SBS '먹스타 총출동'). 실력파 가수들이 가수 뺨치게 노래 잘하는 일반인과 하모니를 이룬 무대는 MBC '듀엣 가요제'와 SBS '판타스틱 듀오-내 손에 가수' 두 곳에서 펼쳐졌다. 물론, 쿡방과 음방에도 아이돌은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었다. 대세라 불리는 예능들을 제치고 가장 주목받은 프로그램은 뜻밖에도 '휴먼 예능'이다. MBC '미래일기'와 '톡하는 대로', KBS2 '우리는 형제입니다' 등이 화려한 볼거리 대신 출연자들의 진솔한 매력을 담아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방송 이후에도 SNS를 통해 회자되며 연일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시청률도 고무적이라 향후 정규 편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MBC, 파일럿 수확이 쏠쏠하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 등 명절 파일럿에서 대어급 프로그램을 발견해온 MBC는 이번 설에도 이대로 사라지긴 아까운 걸출한 프로그램을 수확했다.

8일 방송된 '미래일기'는 시간여행자가 된 연예인이 미래를 미리 경험해보는 컨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지금으로부터 39년 후 백발이 성성한 80세 노인이 된 안정환은 과거 축구선수 시절의 활약상을 회상하거나 쓸쓸히 홀로 지내는 집에서 가족사진을 바라보며 돈과 명예의 무상함을 깨달았다. 시간을 건너왔음에도 여전히 힙합 정신을 지닌 58세 제시는 87세 할머니의 모습으로 만난 어머니를 보며 눈물을 쏟았고, 피아니스트 남편과 함께 77세 노인이 된 강성연은 영정사진을 찍던 중 자녀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미래일기'는 타임워프라는 장치로 예능적 재미를 부여하면서도 현재의 가치와 가족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는 자연스러운 전개로 호평을 받았다. 자지러지게 웃기는 것만이 재미가 아니라, 감동과 교훈도 또 다른 재미라는 걸 보여준 신선한 프로그램이었다. 시청자들은 시청률 7.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뜨겁게 응답했다.

7일 전파를 탄 '톡하는 대로'는 네티즌의 실시간 SNS 댓글에 따라 움직이는 '무계획 아바타 여행'을 표방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요즘 시대의 모바일·SNS 문화를 접목한 색다른 포맷은 출연자들의 매력을 한껏 이끌어냈다. 티격태격 장난이 끊이지 않던 윤계상과 권율에게선 오랜 우정이 엿보였고, '10대 3인방' MC그리(김동현)·신동우·노태엽은 거제도까지 가는 대장정에도 패기와 재기발랄함으로 여행을 즐겼다. 처음 본 사이임에도 히치하이킹에 겨울바다 입수까지 불사한 유세윤과 차오루의 각본 없는 여행에는 '꿀잼'이란 호응이 이어졌다. 완성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과정에 시청자들이 적극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쌍방향 소통 예능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넓혔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KBS, 휴먼 예능의 명가로 거듭나나

'나를 돌아봐'와 '인간의 조건-집으로' 등 정규 프로그램에서 사람 사이의 소통과 교감을 시도해온 KBS 예능은 파일럿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도 특장점을 발휘했다. 배우 김지영과 김태한 남매, EXID 하니와 안태환 남매, 배우 공승연과 걸그룹 트와이스 정연 자매, 개그맨 유민상과 유운상 형제 등 연예인과 그 가족이 출연해 함께 시간을 보내며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연예인의 진솔한 매력은 물론,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이야기로 호평받았다.

특히 유민상·유운상 형제의 이야기가 전달한 감흥이 컸다. 앞서 KBS2 '안녕하세요' 연예인 특집 편에서도 다뤄졌던 이들 형제는 몇년간 서로 말도 안 하고, 만나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형 유민상은 동생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소원했다. 성격이 서로 상반된 두 사람은 사소한 오해로 멀어졌지만 이번 방송을 계기로 다시 관계 회복을 시도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곧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은 형제의 변화는 시청자들과 교감할 지점이 많아 보였다.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된 가족 갈등에 대한 해법을 예능으로 풀어낸 시도에 찬사가 이어졌다. 억지스러운 봉합 대신 "1년에 1cm라도 가까워지겠다"는 유민상의 다짐은 '우리는 형제입니다'의 지향점과 잘 맞아떨어졌다. 8일 1부 시청률은 5.3%, 2부 시청률은 4.9%로 비교적 선방했다. 정규 편성을 기대해볼 만하다.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