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두 자릿수 연승이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2일 V리그 10연승을 질주했다. 현대캐피탈은 역대 두 차례 두 자릿수 연승을 기록한 적이 있다. 2005년 11연승, 2005~2006시즌 15연승을 달성했다.
10연승, 숫자만큼 의미가 크다. V리그 남자부 한 시즌 최다 연승이다. 삼성화재가 2006년 2월 2일부터 12월 31일까지 17연승을 올린 적이 있다. 그러나 두 시즌(2005~2006, 2006~2007)에 걸쳐 달성된 기록이다. 한 시즌으로만 놓고보면 현대캐피탈의 기록이 단연 돋보인다.
무엇보다 살인적인 일정을 딛고 만들어낸 기록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2일 우리카드전부터 한 달간 10경기를 치렀다. 3일에 한 번씩 경기를 한 셈이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7연승할 때까지만 해도 선수들의 체력이 괜찮았다. 그러나 이후부터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KB손해보험전이 고비였던 이유다. 이미 플레이오프행이 좌절된 KB손보는 더 이상 잃을게 없었다. 심리적으로 편안한 가운데 상위권 팀에 1승 따내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예상대로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흔들렸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에는 최고의 멘탈 조련사가 있었다. '최갈량' 최 감독이 있었다. 최 감독은 작전타임 때마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했다. 결국 최 감독의 승부수는 선수들의 프로의식을 일깨우기 위한 메시지였다. 최 감독은 "사실 오버페이스에 걸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선 선수들의 프로의식을 다시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11연승, 12연승도 좋지만 최 감독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선수들이 승리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내는 것이다. 프로배구 명문 팀에 걸맞은 성적, 우승 또는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대한 부담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최 감독은 "우리는 그 동안 이기는 것만 바랐다. 그러나 어떤 색깔을 내면서 이기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이젠 과정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선수들이 내 바람보다 더 잘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준비된 감독 '최태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금부터 현대캐피탈이 따내는 승리는 프로배구의 역사가 된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