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발로만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오감이 충족되야 최상의 플레이가 나온다. 그라운드의 90분은 변화무쌍하다. 수 만가지 상황 중 어떤 변수가 튀어 나올 지 모른다. 신체 뿐만 아니라 정신적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유리한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2일 일본 가고시마현 최남단 이부스키에서 2차 동계 전지훈련 일정을 시작한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의 첫 훈련은 바로 '심리 훈련'이었다. 울산 선수단은 3일 이부스키 베이테라스 호텔에서 윤영길 한체대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로부터 1시간 가량의 '멘탈 코칭'을 받았다. 이날은 일본 동계 전지훈련에서의 개인 목표 설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흔히 생각하는 '딱딱한 주입식 교육'이 아니었다. 윤정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전원이 윤 교수가 준비한 설문지와 통계를 통해 자신의 현 상태를 진단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의 심도 높은 지도가 이뤄졌다. 졸거나 하품을 하는 선수도 없었다. 코바, 베르나르도, 마스다 등 외국인 선수들까지 국내 선수들과 함께 '학구열'을 불태웠다.
울산은 지난해 '멘탈 코칭'으로 큰 효과를 봤다. '우승후보'로 불리며 출발한 지난해 FC서울, 포항을 연파하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 극도의 부진 속에 강등권 언저리까지 추락했다. 사분오열된 팀 분위기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윤 코치로부터 '멘탈 코칭'을 받은 뒤 반전의 실마리를 찾았고 11경기 연속 무패(8승3무) 속에 시즌을 마무리 했다. 울산은 지난달 태국 치앙마이에서 진행한 1차 동계 전지훈련 때부터 윤 교수를 초빙해 팀 뿐만 아니라 개인별 '멘탈 코칭'을 병행하고 있다. 한 시즌을 버틸 체력과 더불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추스를 수 있는 강한 정신력까지 만들겠다는 의도다.
윤 감독은 "지난해 심리적으로 흔들려 결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 경기가 많았다. '멘탈 코칭'을 통해 내 의도를 다시 설명하고 선수 개개인 역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면서 좋은 효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태국에서 힘들게 훈련을 시켰는데도 선수단 분위기나 의욕이 좋아 깜짝 놀랐다. 주변에서도 '이렇게 힘들게 훈련을 하는데 웃는 선수들이 많다'고 의아해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부스키(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