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뛰는 게 가장 중요했다. 빌레펠트가 나를 정말 원한다고 느꼈다."
독일축구 2부리그 빌레펠트가 2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레버쿠젠 공격형 미드필더 류승우를 시즌 말까지 임대 영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태용호의 에이스' 류승우(23)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직접 빌레펠트행의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빌레펠트는 류승우에게 첫 러브콜을 보냈다. 직전 시즌 브라운슈바이크에서 임대로 뛰며 16경기 4골의 준수한 성적을 거둔 류승우는 임대 연장 대신 '빅클럽' 레버쿠젠에서 정면승부를 결심했다. 로저 슈미트 감독과의 미팅 직후다.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 엔트리 26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올시즌 류승우에게 기대했던 기회는 오지 않았다.
6개월이 지난 겨울 이적시장, 빌레펠트가 또다시 류승우를 원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까지 스카우트가 날아와 대리인과 직접 미팅을 갖는 등 지극 정성을 보였다. 적극적인 행보와 진정성에 마음이 움직였다. 류승우는 "도하까지 스카우트가 찾아왔다. 영입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나를 정말 원한다고 느꼈다. 결승전 직후 (옮기기로)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많이 뛰어야할 시기에 나를 간절히 원하는 팀이 있어 다행이었다."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라는 신태용 올림픽대표팀의 최종 엔트리 선발 기준은 류승우의 결심에 강한 동력이 됐다. "신 감독님이 콕 찍어, 내 이야기를 하신 것은 아니지만, 모두에게 말씀하실 때 당연히 나도 해당된다고 생각했다. 뛸 수 있는 팀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류승우는 올림픽의 해, 레버쿠젠의 이름값보다 선수로서의 실리를 선택했다. 개인과 올림픽팀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6개월동안 한경기도 뛰지 못했다. 더 있는 것은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판단은 빨라야 한다. 중요한 시기에 미련을 못 버리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냉철하게 말했다.
경기력은 떨어졌지만,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류승우는 특유의 감각과 부단한 노력으로 위기를 이겨냈다. 5경기에서 2골2도움으로 맹활약하며 8회 연속 올림픽행을 이끌었다. 류승우는 "올림픽대표팀에서 신태용 감독님이 믿고 써주신 덕분에 가면 경기를 뛸수록 몸이 가벼워졌다.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래서 더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권창훈(수원) 문창진(포항)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영민한 또래들과 발맞추는 일 또한 유쾌한 자극제였다. "최종예선 내내 정말 즐겁게 축구했다.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에 서로 도와주고 밀어주는 모습들이 기분 좋았다. 모두 함께 더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레펠트는 임대 선수인 류승우에게 에이스의 번호 10번을 부여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빌레펠트는 현재 분데스리가 2부리그 12위(승점 24)다. 9일 후반기 첫 경기를 앞두고 7위 산드하우젠(승점 26)과 12위 빌레펠트의 승점차는 2점, 승격 플레이오프의 마지노선인 3위 뉘른베르크의 승점은 33점이다. 승점차가 크지 않다. 후반기 반전을 노리는 빌레펠트가 남은 15경기에서 공격수 류승우를 원한 이유다.
2일 처음으로 팀 훈련에 참가한 류승우는 3일까지 휴식을 취한 이후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4일 베리와의 연습경기를 치른 후 9일 뒤스부르크와의 리그 20라운드 경기가 재개된다. 류승우는 "동계훈련을 함께하지 못했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훈련을 통해 내 상태를 살펴보시고 출전 시기를 정하실것이다. 언제가 되든, 번호에 걸맞은 선수가 되도록 잘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를 뛰고자 팀을 옮겼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이 목표다. 공격포인트도 최대한 많이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1부 승격의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에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도 잊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리우올림픽을 위해 실리적인 선택을 했지만, 꿈을 내려놓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리우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1부리그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는 것이 선수로서 변치않는 목표다.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내가 가진 것의 70%를 보여줬다. 빌레펠트에서 남은 30%를 채운 후 완벽한 100%의 류승우로 리우올림픽 무대를 밟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리우올림픽 최종 엔트리는 18명의 좁디좁은 문이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류승우는 "가장 컨디션 좋은 선수가 간다고 생각한다. 팀에서 많이 뛰되 안 다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승우의 꿈은 멈춰서지 않는다. 레버쿠젠과의 계약은 2018년까지다. 빌레펠트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리우행의 꿈을 이루고, 리우에서의 활약을 통해 소속팀 레버쿠젠에서 다시 비상하는 것, 단계를 또박또박 밟으며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이곳에서 더 많이 성장하고 발전해서 궁극적으로는 1부리그 빅클럽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