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4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주 3일 이상 격렬한 신체활동을 하는 여학생의 비율은 24.6%(남학생 48.7%)에 불과하다. 여전히 10대 여학생 10명중 7명은 일주일에 한번도 운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여학생들의 다이어트 시도율은 45.1%(남학생 23.1%)로 전체 학생의 절반에 달했다. 의사 처방 없이 살 빼는 약을 먹거나, 설사약이나 이뇨제 복용, 식사 후 구토하기 같은 부적절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한 비율도 무려 18.8%에 달했다. 날씬한 몸매를 원하면서도, 운동은 하지 않는 대한민국 여학생들의 현실은 역설적이다. 지난 5~6월 여학생 체육활성화 '런앤런(Run&Learn)' 캠페인, 9월 '런앤런' 포럼을 개최한 스포츠조선이 국민생활체육회와 함께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한 2차 캠페인을 시작한다. '땀흘리는 여학생이 아름답다.' <편집자주>
11월초 세종특별자치시 도담동 주민센터 체육관. '플라이어' 강연두(정은지분)가 공중으로 훌쩍 날아올랐다. 걸그룹 출신답게 유연한 몸놀림, 깔끔한 스턴트 연기에 "꺄악!" '8옥타브' 비명이 터져나왔다.
이날은 치어리딩 학교스포츠클럽을 배경으로 한 KBS 2TV 학원드라마 '발칙하게 고고'(11월10일 종영)의 최종회, 치어리딩 대회 신을 촬영하는 날이었다. 스포츠 활동이 등한시되는 성적지상주의 명문 자사고에서 치어리딩 활동을 통해 열여덟살의 우정과 사랑, 오늘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 드라마다. 정은지, 채수빈, 이원근 등 주연배우들과 함께 인천 학익여고, 용인 성지중, 대전 유성중, 하남 신장중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치어리딩 학교스포츠클럽 학생들이 체육관에 총집결했다. 학교스포츠클럽 전국대회 못지 않은 뜨거운 열기였다. 엑스트라 관객으로 동원된 인근 학교 학생들은 이들의 아찔하고 짜릿한 스턴트 연기에 연신 탄성을 질러댔다.
▶'발칙하게 고고!' 치어리딩에 푹 빠진 소녀들
'학교스포츠클럽 치어리딩 지역 예선대회'라는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청춘배우들과 잊지못할 '드라마'를 찍게된 스포츠클럽 소녀들은 잔뜩 신이 났다. 대회 장면 촬영을 앞두고 각 학교별로 마무리 연습에 몰입했다. 실전에서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NG없이 촬영을 마쳤다.
드라마 촬영 내내 '치어리딩' 장면에서 조연으로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화수고 에이스' 강다연양(18)은 화수고 치어리딩 동아리 '스패뉴'의 에이스다. "학교에서 열심히 배운 치어리딩을 통해 배우들과 함께 촬영하게 됐다"며 즐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걸그룹 출신이라 그런지 정은지 언니가 굉장히 유연하고 잘하더라"고 귀띔했다.
유성중 치어리딩 동아리 '스쿼럴(Squirrel, 다람쥐)'의 단짝인 신다은, 이유빈양을 만났다. 작고 날쌘 신양은 가장 높은 곳에서 '스턴트'를 담당하는 '플라이어', 단단한 다리와 밸런스를 갖춘 이양은 플라이어를 굳건하게 받치는 베이스다. 치어리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묻자 약속이라도 한 듯 "믿음"이라고 답했다. 신양은 "동료를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감 있게 연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양은 "플라이어가 믿고 올라갈 수 있도록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버텨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했다. 치어리딩의 좋은 점을 묻자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고, 협동심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여학생들이 접근하기 좋은 스포츠라는 점도 장점"이라고 이구동성 답했다. 치어리딩의 힘든 점을 묻자 소녀들은 서로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신양은 "나를 받쳐주는 베이스 친구들이 다칠까봐 걱정이 된다"고 했고, 이양은 "내가 실수해서 플라이어를 잘 받쳐주지 못할까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치어리딩 전국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에게 목표를 묻자 "다같이 웃으며 끝까지 멋진 연기를 해내는 것, 대회를 통해 치어리딩의 의미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치어리딩의 의미는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웃는 표정을 지어야 한다. 연습하다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며 웃었다. "치어리딩은 응원하는 거야.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힘내라고 말하는 거라고." '발칙하게 고고' 치어리딩 강사 정아(이미도 분)의 대사를 소녀들은 몸으로, 마음으로 알고 있었다. 일주일에 3번 모였고, 점심시간마다 뭉쳤다. 땀으로 쌓은 우정은 끈끈했다. "1학년 때도 같은반이었는데 안친했다. 2학년때 치어리딩을 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고 했다. 스마트한 소녀들은 어른들의 '공부 걱정'을 일축했다. "공부와는 당연히 별개다. 시간을 더 짜임새 있게 활용하게 된다." 이양은 "치어리딩을 하면서 성적이 평균 20점이나 올랐다"고 귀띔했다. "의지가 더 강해졌고, 체력도 좋아졌다. 운동을 하면서 공부에 대한 마음도 다잡을 수 있게됐다"고 말했다. "치어리딩 없이는 죽어도 못살 것같다"는 두 소녀는 "중학교를 졸업하는 것보다 치어리딩 동아리를 떠나야 하는 게 너무너무 아쉽다"며 서로의 손을 꼭 붙잡았다.
▶'치어리딩'하면 예뻐지고 건강해져요
유성중 치어리딩 동아리를 이끄는 이수진 교사의 담당과목은 '체육'이 아니라 '영어'였다. '남교사'가 아닌 씩씩한 '여교사'였다. 국민생활체육회가 지원하는 스포츠강사 겸 대한치어리딩협회 대전지부 임한나 회장과 의기투합한 이 교사는 여학생 체육에 대한 소신과 열정으로 변화를 이끌어냈다. "치어리딩 동아리의 경우 남녀 혼성팀이 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학생 팀을 고집했다. 남학생을 뽑기 위해 여학생을 내보낼 수는 없었다"고 했다. "퍼포먼스나 기능면에서 다소 부족하더라도, 그 때문에 전국대회에서 1등을 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1등이 아니라, 여학생들이 치어리딩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즐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칙하게 고고' 촬영 현장에서 만난 운동하는 여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활기가 넘쳤다. 다이어트는 딴 나라 얘기였다. 하나같이 균형잡힌 몸매에 환한 미소를 지닌 '건강미인'이었다. 이들은후배들에게도 치어리딩을 적극 권했다. "치어리딩을 하면 체력이 좋아진다. 알아서 기초 체력훈련을 하고 윗몸일으키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면서 건강해지고 예뻐진다"고 했다.
올해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치어리딩대회에는 17개시도 53개팀 892명이 참가했고 이중 여학생은 789명(88%)이었다. 참여학생수가 지난해 12개시도 34개팀 421명에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치어리딩의 의미를 배우고 오겠다"던 유성중 '다람쥐'들은 지난 14~15일 전국대회 '중등부 스턴트' 부문에서 용곡중, 인천관교여중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세종=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