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원' 조제 무리뉴 감독(52)이 이끄는 첼시가 2014~201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제패했다. 긴 여정이었다. 맨시티와 아스널의 추격을 뿌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많은 기대 속에 맞은 2015~2016시즌. 첼시는 전혀 다른 팀이 됐다.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리그 초반이지만 첼시의 부진은 '뜨거운 감자'였다.
첼시는 8일(이하 한국시각) 벌어진 스토크시티와의 EPL 12라운드에서 0대1로 패했다. 이번 시즌 리그 일곱 번째 패배였다. 무리뉴 감독의 사전에 리그 7패는 없었다. 스토크전 패배로 첼시는 1999년 이후 최초로 리그 3연패를 했다. 14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첼시는 리그 14위다.
부진한 성적 뿐이 아니다. 크고 작은 사건에 시달렸다. 중심은 무리뉴 감독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에바 카네이로 전 첼시 팀닥터와 충돌했다. 9월 열린 스완지시티전에서 카네이로의 안일한 처신 때문에 팀이 수적열세에 빠졌다는 것이 무리뉴 감독의 주장이었다.
카네이로는 "무리뉴 감독의 비판은 도가 지나치고 여성비하발언도 했다"고 반박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무리뉴 감독의 여성비하발언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카네이로는 3일 무리뉴 감독을 민사고발했다.
엎친데 덮쳤다. 화설까지 피어 올랐다. 몇몇 선수들이 태업중이라는 것. 당시 존 테리, 오스카, 네마냐 마티치, 에덴 아자르 등이 무리뉴 감독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루머가 퍼졌다.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첼시가 내홍을 겪고 있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무리뉴 감독의 결정은 정면돌파였다. 첫 타깃은 테리였다.
무리뉴 감독은 이번 시즌 초반 테리를 벤치에 앉혔다. 테리의 몸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 무리뉴 감독의 판단이었다.
다음 철퇴는 파브레가스를 향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달 31일 벌어진 리버풀전과 7일 스토크시티전 선발명단에서 파브레가스를 제외했다. 파브레가스는 올시즌 리그 14경기에 출전했지만 2도움에 그쳤다.
무리뉴 감독의 칼끝은 아자르를 겨냥했다. 아자르 역시 태업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달 17일 열린 애스턴빌라전 선발명단에서 아자르의 이름을 지웠다.
무리뉴 감독은 아자르에게 또 다른 자극제를 투여했다. 무리뉴 감독은 29일 토트넘과의 EPL 14라운드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자르는 10번에 알맞은 선수가 아니다. 베슬레이 스네이더르와 데코는 완벽한 10번이다. 메주트 외질 역시 훌륭한 10번"이라면서 "이들은 골을 넣으면서 수비도 한다. 하지만 아자르가 이런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가?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리뉴 감독은 이날 벌어진 토트넘전(0대0 무)에서 제로톱(스트라이커를 두지 않는 전술) 카드를 꺼냈다. 선봉은 아자르였다. 무리뉴 감독은 기존 원톱을 담당하던 디에고 코스타를 선발명단에서 배제했다. 전술변화와 아자르, 코스타에 대한 자극을 담은 고육지책이었다.
무리뉴 감독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페드로, 아자르를 필두로 한 첼시의 역습이 날카로웠다. 첼시가 잘 나가던 시절 보여줬던 모습이 재현됐다.
그러나 또 다른 진통이 예고됐다. 코스타가 불만을 표출했다. 코스타는 가볍게 몸을 풀면서 교체출전 의지를 보였다. 시간이 지나도 0-0의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 코스타가 반전카드로 투입될 것으로 보여졌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신예 케네디, 루벤 로프터스-치크를 각각 후반 44분, 후반 추가시간에 투입시켰다.
코스타가 폭발했다. 코스타는 경기 종료 직전 조끼를 벗어 던졌다. 이 장면이 방송에 포착됐고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무리뉴 감독은 나중에 상황을 확인했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코스타 외에 아자르, 테리 등의 선수들도 벤치에 뒀다"면서 "오히려 코스타는 그간 충분히 특별대우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완곡하지만 코스타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많은 풍파를 겪어온 무리뉴 감독. 이제 '코스타 길들이기'라는 또 다른 숙제가 생겼다.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