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슬럼프일까, 일시적 부진일까.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이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OK저축은행은 1라운드(5승1패)와 2라운드 중반(3승)까지 거침없이 질주했다. 단독선두를 내달렸다. 그러나 지난달 18일부터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삼성화재-현대캐피탈-대한항공-삼성화재에 잇따라 패했다.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강박관념'이었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시즌 전부터 '디펜딩챔피언'이라는 무게를 짊어져야 했다. 승리할 때는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좋지 않은 경기가 문제였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지난 시즌 챔피언으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앞서더라. 그러다보니 욕심을 부리더라. 그러나 이런 부분들을 선수들과 많이 얘기했다. 장기 슬럼프로는 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의 처방전은 질책이 아닌 격려였다. 김 감독은 "괜찮다. 괜찮다고 해준다. 내가 더 강하게 나가면 선수들에게 보복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훈련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심리적인 면만 잡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4연패에서 얻은 소득도 있다. 바로 체력 향상이었다. 의외였다. 김 감독은 최근 선수들의 체력 훈련량을 조금 더 끌어올렸다. 시즌 전 시몬을 비롯해 부상 선수들이 제대로 된 체력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찌감치 체력훈련량을 끌어올려 내년 3월부터 펼쳐질 포스트시즌을 대비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런 면에서 살펴보면, 4연패를 하는 동안 풀세트 경기를 두 차례나 하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올라갔다는 평가다. 김 감독은 "비록 연패를 하긴 했지만 오히려 풀세트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좋아지고 있다. 연패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약이 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
OK저축은행이 연패에서 탈출할 수 있는 힘은 역시 '희생'이다. 서로서로 부족한 부분을 도와야 한다. 김 감독은 "희생정신을 가지고 도와가면서 플레이가 이뤄져야 한다. 개인 플레이만으로는 힘들다"고 전했다.
OK저축은행은 2일 대한항공 원정에서 반전을 꿈꾸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