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보다 골프가 더 어려워요. 민감한 요소들이 많아 흔들리기 쉬워요."
KIA 타이거즈 투수 윤석민이 30일 춘천 라데나골프클럽에서 열린 제34회 야구인 골프대회(KBO-스포츠조선 공동 주최,두산 베어스 후원) 시작을 앞두고 한 말이다. 그런데 엄살이었다. 야구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골프 실력도 프로급이다.
팀 동료인 이범호-김주찬, 그리고 김상훈 코치와 동반 라운딩을 한 윤석민은 클래스가 다른 스윙을 선보이며 보는 사람들을 놀래켰다. 드라이버샷과 롱아이언샷은 호쾌함 그 자체였고, 어프로치와 퍼팅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프로 선수들도 울고 갈만한 장타와 완벽한 스윙 밸런스. 스윙시 힙턴을 하며 하체를 먼저 받혀놓고, 다운스윙부터 팔로우스로까지 완벽한 몸통 회전으로 정타를 만들어냈다. 윤석민은 드라이버로 평균 250m를 때리고 4번 아이언으로 200m를 보낸다고. 남자 프로 선수들과 견줘도 결코 밀리지 않는 비거리다.
코스 공략도 훌륭했다. 파5 롱홀 중간 230m 지점에 워터 헤저드가 있자, 주저없이 드라이버 대신 4번 아이언을 들었다. 자신의 말대로 정확히 200m 정도가 날아가 헤저드 앞에 공이 떨어졌다. 구질도 완벽한 스트레이트. 윤석민조의 라운딩을 돕던 캐디가 "이렇게 잘치는 아마추어 골퍼는 드물다"고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매우 신중했다. 공을 치기 전 수차례 연습 스윙을 반복하는 것을 잊지 않았고, 퍼팅을 할 때도 공 반대쪽 지점에서까지 꼭 퍼팅 라인을 확인했다. 아쉽게 퍼팅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시즌 때 안타나 볼넷을 내주는 것 처럼 아쉬워하며 승부욕을 보이기도 했다.
윤석민은 쏟아지는 칭찬에 쑥쓰러워하면서 "골프를 시작한지는 5년 정도 됐다. 따로 레슨을 받지 않았고 인터넷 동영상으로 독학을 했다"고 말했다. 골프를 전문적으로 치지 않고, 비시즌 때 가끔 라운딩을 하는 수준이라 평균 타수는 80개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이날 대회 80타를 기록하며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다. 윤석민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년에도 꼭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춘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