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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그리고 배우들③] 우리는 김희원을 비난할 자격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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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화가 나고 밉지만 쉽게 손가락질 할 수 없다. 김희원이 연기한 악역은 그렇다.

29일 막을 내린 JTBC 특별기획 '송곳'에서 사측의 충실한 '개'로 노조탄압에 앞장서던 정부장(김희원)이 결국 씁쓸한 최우를 맞이한 모습이 그려졌다. 정부장은 회사의 앞박으로 인애 용역 깡패를 동원해 노조 천막을 닥치는 대로 때려 부쉈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습니까 약속을 했습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게 지켜주겠다고. 꼭 그러겠다고"라는 이수인(지현우)의 눈물의 호소에도 정부장은 "이과장이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는데, 당신만 지켜야 할 사람 있는 거 아니야. 우리도 지켜야 될 사람이 있어"라고 말했다.

정부장의 말처럼 그의 행동은 자신이 지켜야할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내 가족, 내 사람들을 위해 회사가 시키는 모든 것을 하고 악랄한 짓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 하지만 그도 결국에 회사의 이기심과 욕심에 놀아난 을(乙)에 불과했다. 회사를 위해 회사원에서 깡패가 되어야 했지만, 회사는 모든 책임을 그에게 전가하고 결국 그를 버렸다. 앞서 김희원은 지난해 방영된 tvN '미생'에서도 폭언과 비겁한 술수를 마다하지 않는 직장 상사를 연기했다. 하지만 방송에서 그가 치열한 회사생활에 치이고 약육강식에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변해버렸다는 게 그려져 대중의 큰 공감을 샀다.

'송곳'에서 역시 마찬가지. 노조를 탄압하는 독하고 악한 인물이지만, 절대 갑(甲)인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해질 수 밖에 없었던, '회사가 만들어낸 악인'이었던 것. 이것에 시청자들이 악랄한 김희원을 마냥 욕할 수도, 손가락질 할 수도 없었던 이유다.

캐릭터 뿐만 아니라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신스틸러로서 활약하며 극의 품격을 높여주는 배우 김희원의 리얼한 연기는 더욱 눈길을 끌었다. '송곳'에서 김희원은 섬세한 표정 연기과 눈빛 연기를 통해 캐릭터의 다변적인 감정을 보여주며 극의 몰입도를 높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한편, '송곳' 마지막회에서는 노조위위원장이 된 지현우(이수인)이 사측에 해고자의 해고자의 전원 복직, 누락된 임금에 대한 조건 없는 지급, 손해배상 청구,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원의 고용보장을 교섭의 요구 조건으로 내세우며 마지막 파업에 돌입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조건을 모두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지현우를 교육원으로 발령시켰다. 책상 하나 달랑 있는 사무실로 좌천시킨 것. 지현우는 이 곳에서도 본사에 "나는 푸르미 마트 한국 노조위원장 이수인이다. 내 책상에는 컴퓨터가 없다"는 메일을 남기며 앞으로도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앞장 설 것을 보여줬다.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