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도' 속 배우 유아인의 얼굴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유아인은 지난 26일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에서 송강호, 이정재, 정재영, 황정민 등 기라성 같은 선배 배우들 틈 속에서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사도'는 지난 9월 개봉 전국 626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 아버지로 인해 뒤주에 갇혀 죽는 비운의 사도세자 역을 맡은 유아인의 연기가 흥행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그의 연기력은 상영 내내 대대적인 호평을 받았고,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을 하기에 이르렀다.
유아인의 청룡 남우주연상 수상을 기념하며 '사도' 속 배우들의 분장을 맡은 조태희 분장실장이 스포츠조선 연예패션팀에 유아인의 분장 스케치 사진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30일 조태희 실장이 공개한 자료에는 사도세자의 연령별 분장 스케치가 있다. 15세부터 25세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은 디테일한 분장으로 보다 현실적으로 표현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 막 성인이 된 15세 사도세자의 얼굴은 수염이 없어 앳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23세로 나이가 들기 시작하니 짧은 수염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28세 이르면 보다 과감하게 수염에 변화가 생기는데 턱수염이 살짝 확장된 것이 그 변화다. 조 실장은 "유아인 씨는 지금까지 여러 편의 사극에 출연했지만 수염을 붙인 적은 없었다"라며 "사극에 익숙한 배우이지만 이전의 비슷한 이미지를 깨기 위해 시간의 변화에 따른 4가지 이상의 수염을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도 변화이지만, '사도' 속 유아인의 얼굴에서 가장 명확한 대비를 이뤄야 하는 순간은 뒤주에 갇힌 첫 날과 마지막 날이었다. 이에 뒤주 안에서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한 스케치는 꽤나 디테일하다. 공개된 스케치에 따르면, 뒤주에 갇히기 직전 영조(송강호)와의 대치 상황에서의 유아인으로부터 뒤주에 들어간 직후의 유아인, 이후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1일차부터 8일차까지의 분장이 섬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사료에 근거한 관자의 컬러와 점차 자라난 수염, 그 수염의 각도, 눈 및 언더라인, 충혈된 눈동자, 입술, 피부표현 등의 변화를 비롯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상투가 풀리는 정도, 오랜 시간 빛을 받지 못해 생길 법한 변화들이 조목조목 기록돼 있다. 이 같은 분장 콘셉트는 조태희 실장과 이준익 감독의 4개월의 걸친 회의 끝에 완성된 것이다.
이렇게 디테일한 분장을 입은 얼굴 위에 혼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유아인의 연기였다. 조태희 실장은 "분장은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있어 더 자연스러워 질 수 있도록 서포트를 하는 존재다. 이번에는 유아인 씨가 분장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사도세자와 하나가 된 듯한 연기를 펼쳐 분장이 도리어 유아인 씨의 연기에 도움을 받은 부분이 크다"며 "개인적으로 어머니 회갑연 치르고 나서 행차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유아인의 연기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유아인의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며 함께 기뻐했던 그는 "손톱 발톱의 때 부터 상투에 피, 온몸에 지저분한 수염 등 분장 시간도 참 오래 걸리고 지우는 시간도 너무나도 길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항상 유쾌하게 즐겁게 함께 해줘서 너무나도 고마운 배우였다. 나 역시 '사도'로 인해 너무나 즐거웠기에 그의 수상 소식에 기분이 참 좋다"고 말했다.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