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두산은 가장 모범적인 외부 FA 사례를 만들었다.
장원준이다. 4년 84억원의 거금을 투자했다. 외부 FA 수혈에 인색했던 두산이었다. 하지만 두산 측은 좌완 선발감이 꼭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장원준은 몇 년 전부터 눈독을 들였던 선수였다. 계약을 체결했을 때, 금액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장원준은 두산의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169⅔이닝을 소화, 12승12패 평균 자책점 4.08을 기록했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강력한 원-투 펀치를 형성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등공신이 됐다. 뿐만 아니라 프리미어 12에서도 맹활약했다.
그리고 스토브리그가 왔다. 두산은 외부 FA를 잡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마땅한 '매물'이 없다. 이 부분은 내부적 육성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두산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중간계투진이다. 그리고 세부적으로 타선에서 '4번 타자'다.
손승락 정우람 등 좋은 마무리가 있다. 그러나, 두산은 포스트 시즌을 통해 이현승이라는 확실한 마무리를 발굴했다. 프리미어 12에서도 국가대표 마무리로 맹활약했다. 때문에 손승락과 정우람에 거액을 투자하기에는 효용성이 떨어진다.
중간계투진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불안한 부분은 있다. 그러나 잠재력이 높은 선수들이 많다. 함덕주 김강률 등이 있다. 여기에 허준혁 진야곱 등도 언제든지 롱 릴리프로 전환할 수 있다.
최근 FA의 몸값은 천문학적이다. 그들을 영입하면 당연히 전력의 한 축을 맡겨야 한다. 자연스럽게 유망주들이 기회가 줄어든다. 현 시점에서 두산에서 성장하고 있는 선수들보다 더 낫다는 보장도 없다. 금액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야수진 역시 마찬가지다. '집토끼'를 잡기도 바쁘다.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는 김현수와 톱 클래스 2루수 오재원이다. 그들을 놔두고 외부 FA에 눈길을 주기는 쉽지 않다.
결국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유망주들의 성장이 전력 상승의 최대 변수다. 단순한 '화수분 야구'만은 아니다. 지난 시즌 그들은 매우 의미있는 경험을 했다. 팀의 주축으로서 페넌트레이스를 경험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숨막히는 상황에서 환호와 좌절을 맛봤다. 때문에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점이 올 시즌 전지훈련이다. 현 시점에서 냉정하게 평가하면 육성과 성적을 동시에 낼 수 있는 방법이다. 두산이 외부 FA 수혈에 손을 일찌감치 뗀 이유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