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KBS2 '개그콘서트'가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29일 방송된 '개그콘서트'는 9.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2000년대 초반 30%대의 시청률을 넘나들며 시청률 효자 노릇을 해왔던 '개그콘서트'가 결국 마지노선인 시청률 10%대를 지키지 못하고 한자릿수 굴욕을 맛보게 된 것. 올초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던 위기론이 현실이 된 순간이다. '개그콘서트'가 이처럼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봤다.
▶ 경쟁작 초강세
'개그콘서트'는 현재 MBC '엄마', '내딸 금사월'과 경쟁 중이다. 두 작품 모두 뛰어난 화제성을 갖고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분만 해도 '엄마'는 19.7%, '내딸 금사월'은 27.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개그콘서트'의 2~3배에 달하는 수치다. 앞으로의 일도 장담할 수 없다. '엄마'는 그렇다치더라도 '내딸 금사월'의 파워는 막강하다. 지난 방송에서는 유재석을 히든 카드로 기용한 것이 주효했다고 할지 몰라도, 이제까지 보여준 저력이 만만치 않았다. 친딸과 인생을 바꿔치기해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악녀, 악녀와 악인의 결탁, 주인공들을 도와주는 절대 능력자의 등장 등 '김순옥표 막장 월드'를 그대로 상속해 시청자들의 공분과 관심을 동시에 사고 있다. '아내의 유혹'과 '왔다! 장보리'가 합쳐진 듯한 스토리 전개에 전작들보다 더 큰 흥행을 하는 게 아니냐는 애기도 나온다.
▶ 스타의 부재
경쟁작이 이토록 막강하다면 스스로 자구책을 찾아야 할텐데 그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개그콘서트'에는 프로그램을 이끌만한 스타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개그콘서트'는 '스타 개그맨 양성소'였다. 이수근 김병만 박영진 박성광 유민상 신봉선 등이 각자의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프로그램 전성기를 불러왔다. 그러나 지금은 딱히 눈에 띄는 스타가 없다. 더욱이 '개그콘서트'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김준호가 무너졌다. 김준호는 현재 코코엔터테인먼트를 고의적으로 폐업하고 김대희와 함께 JD브로스를 차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준호 측에서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해당 논란을 불식시키려 했으나 김준호의 속사정과 관계없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터줏대감이자 얼굴 마담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이미지가 흔들리자 '개그콘서트'의 이미지도 동시 하락하게 됐다.
▶ 뻔한 레퍼토리
스타가 나올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스타 탄생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다. 그런데 현재 '개그콘서트' 코너들은 비슷비슷하다. 말도 안되는 유행어를 남발하고, 억지 웃음과 동조를강요한다. 코너 자체도 식상하다. 현재 '개그콘서트' 코너 종류는 세 가지로 구분된다. 노래, 풍자와 패러디, 동감이다. 자기 틀에 갇혀 새로운 시도는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십여년간 지켜본 비슷비슷한 개그를 아직도 보고 있으니 지루하고 싫증날 수밖에 없다. 결국 시청자 입장에서는 웃기지 않은데 웃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SBS '웃찾사', tvN '코미디 빅리그'와 '개그콘서트'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아이디어다. '웃찾사'나 '코미디빅리그'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코너로 승부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남녀 차이 개그 등 익숙한 코드를 섞는 스타일이다. 시청자도 예전엔 보지 못했던 캐릭터와 포맷이니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그안에서 쉽게 공감할 만한 개그가 터지니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다. 그러나 '개그콘서트'는 항상 해왔던 캐릭터와 스토리다. 굳이 뒷 내용을 보지 않아도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있다. 더욱이 시청률이 하락하고 위기론이 대두될수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는 대신 게스트를 섭외하는데만 급급한 모습이니 더욱 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그는 게스트가 아닌 개그맨이 하는 것이란 걸 염두에 두고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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