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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포수 집결, 한화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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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난에 허덕이던 한화 이글스가 어느새 '베테랑 포수 집합소'가 됐다.

한때 각 팀의 주전급 포수로 활약했던 인물들이 3명이나 한화에 모였다. FA 재계약에 성공한 조인성(40)에 지난해 트레이드로 데려온 허도환(31), 그리고 과거 KIA 타이거즈의 주전포수였던 차일목(34)까지. 이 세 포수들의 누적 출전 경기를 합치면 3000경기가 넘는다.(허도환-444경기, 차일목-731경기, 조인성-1856경기, 총 3031경기) 포수의 중요한 자산이 경험이라고 보면 한화 포수진은 엄청난 자산을 쌓아놓은 셈이다. 당장 내년 시즌 안방의 안정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렇게 경험많은 포수들이 전부 모인 것을 무조건 좋게만 볼 수는 없다. 어차피 세상 일이 대부분 그렇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다양한 경험과 투수 리드 유형을 지닌 포수들이 팀에 큰 힘을 보탤 수는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래 자원 육성'이라는 측면을 생각하면 무척 답답한 일이다. 포수들의 집합이 만든 '그림자'다.

▶무시 못할 커리어의 힘

사실 포수는 야구의 전체 포지션 중에서 가장 할 일이 많다. 기본적인 투수 리드부터해서 안정적인 볼 캐치, 바운드 블로킹, 도루 저지 송구, 수비진의 위치 조정 등 경기 중에 정말 많은 임무를 맡고 있다. 그래서 포수는 전체 포지션 중에서 가장 키워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포수의 가장 중요한 무기인 '경험'은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없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어봐야 한다.

베테랑 포수들은 이런 과정을 겪었다. 올해 2차 드래프트로 한화에 합류한 차일목이나 지난해 트레이드로 온 허도환, 그리고 FA 조인성까지. 모두 과거 소속팀에서 주전급이었다. 비록 차일목과 허도환이 30대, 조인성이 40대라는 점이 부담스럽지만, 어린 선수들에 비해 노련미는 압도적이다.

이는 한화의 젊은 투수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이 어린 투수들이 노련한 포수를 만나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올해 가능성을 보인 신인 투수 김민우 역시 조인성의 안정감있는 리드 덕분에 큰 도움을 얻었다. 이런 점 때문에 한화 김성근 감독도 이미 조인성 허도환에 정범모까지 있는데도 차일목을 2차 드래프트로 잡은 것이다. 김 감독은 "차일목은 커리어가 있는 포수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선발 다변화, 트레이트 카드. 열린 가능성

하지만 그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수 자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은 문제다. 어차피 정규시즌 중 포수엔트리에는 2명이나 많게는 3명까지 밖에 들어갈 수 없다. 한화에는 이들 베테랑 포수 3인방 외에 정범모도 있다. 또 올해 외야수로 잠시 변신을 꾀했던 박노민도 다시 포수로 돌아왔다. 교통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이런 상황이 된 근본적인 이유는 긴박했던 스토브리그의 수싸움 때문이었다. 이에 관해 김 감독은 "사실 FA로 조인성을 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혹시 조인성이 다른 팀으로 가게 된다면 당장 포수 전력이 너무 약히진다. 대비를 해야 했다"며 차일목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차일목은 결국 '조인성 이탈 시 보험용'이었던 셈이다. 이런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한화가 해야할 것은 넘치는 포수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다. 몇 가지 상황을 미리 떠올려 볼 수 있다. 일단은 베테랑 포수진을 모두 활용해 선발 투수별로 일종의 '맞춤형 포수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다. 혹은 체력 등을 감안해 빠른 타이밍에 포수 자원을 교체해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다른 방안은 일단 스프링캠프까지 무한 경쟁으로 포수들의 역량을 끌어올린 뒤 내년 시즌 초반 트레이드 카드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떠올려 볼 수 있다. 어차피 포수는 인기많은 '매물'이다. 트레이드 카드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전부 데리고 쓰기 곤란하다면 과감히 용도를 바꿔 선수 본인과 구단이 모두 이득을 얻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하게 베테랑 자원을 활용하더라도 여전히 남는 고민이 있다. 바로 미래의 한화를 힘있게 이끌어 갈 젊은 유망주 포수가 제대로 클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포수가 성장하려면 경험이 필수다. 그러나 베테랑들이 1군 자리를 전부 차지하는 한 유망주가 기회를 얻을 일은 많지 않다. 이 또한 한화의 고민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