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SK 와이번스가 정우람 등 팀의 주축 선수들과 계약을 하지 못했다.
10개팀 가운데 가장 많은 6명의 FA와 우선협상마감일인 28일 자정까지 10시간에 걸쳐 마라톤 협상을 펼쳤으나, 박정권과 채병용만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정우람과 윤길현, 정상호와 박재상은 구단의 제시안을 거부하고 시장으로 뛰쳐 나갔다. SK는 이번 스토브리그서 FA 협상에 대해 '적정선' 원칙을 세웠지만, 이렇게까지 선수들의 생각이 다를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정우람의 협상 결렬은 충격적이다. 6명 가운데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협상을 준비했지만 정우람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SK는 4년간 옵션 포함, 최대 80억원대 초반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 역사상 지난 겨울 4년 86억원에 계약한 최 정 다음으로 많은 액수다. 그러나 정우람은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협상 테이블을 떠났다.
정우람은 2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올해 돌아와 셋업맨과 마무리를 맡아 7승5패, 11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21을 올리며 불펜의 핵심 역할을 했다. 시즌 동안 'FA 투수 최대어'는 정우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FA 기회를 대박의 기회로 여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과연 SK보다 높은 제안을 할 수 있는 팀이 나타날 것이냐는 지켜볼 일이다. 정우람이 SK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우람이 만약 다른 팀과 계약을 한다면 SK는 스토브리그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내부 FA 단속에만 신경쓰겠다고 했던 SK로서는 외부 FA 영입, 트레이드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우람은 내년에도 주축 마무리로 활약해야 할 선수다. 정우람을 대신할 마무리로 박희수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그렇게 되면 불펜진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더구나 정우람과 함께 불펜 핵심멤버였던 윤길현도 시장으로 나갔기 때문에 어차피 불펜진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원소속팀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11명의 FA 가운데 SK 이외의 외부 투수는 손승락 심수창 등 2명 뿐이다. 자원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면 SK로서는 남은 겨울 고달픈 스토브리그를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0년 이상 주전 포수로 활약해 온 정상호도 팀을 떠난다면 SK로서는 크나큰 출혈이다. 포수진이 약한 팀들이 많다는 점에서 SK로 돌아올 가능성은 정우람보다 오히려 작다고 봐야 한다. 정상호가 이탈한다면 SK의 주전 포수는 이재원이 맡아야 하고, 그 뒤를 받칠 포수를 발굴해야 한다. 정상호와는 계약기간에서 의견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FA 협상을 벌인 6명은 모두 팀 창단 초기부터 운명을 함께 해 온 프랜차이즈 스타들이나 다름없다. 최선의 협상 자세를 유지한 SK는 합리적인 제시를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유망주를 키우면서 선수층을 두텁게 해야 한다는 팀의 기조를 해치면서까지 이들에게 무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4명의 FA가 다른 팀으로 가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4명의 활약상을 감안하면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SK는 남은 FA 기간 동안 외부 시장을 적극 공략할 지 등에 관해 고민에 들어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