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시간이 넘게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시상식 레드카펫이 시작되기 30분 전인 7시가 돼서야 모든 수상자가 결정될 만큼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다. "올해 좋은 작품이 유독 많았다"는 공통된 평가 속에 심사위원들의 고뇌는 심사가 진행될수록 깊어져만 갔다. 후보자들의 이름이 쓰여 있는 심사표에 선뜻 체크를 못하고 머리를 쥐어짜며 한숨을 내쉬는 심사위원들이 속출했다.
신인감독상 부문은 "이런 이들이 있다는 것에 우리 영화계는 밝은 것 같다"고 총평했다. '스물'의 이병헌 감독에 대해서는 "적당히 상업적인 접합점을 잘 찾아낸 재기발랄한 작품이다. 흥행 지점을 잘 파악한 것 같다"고 평했다. 하지만 결국 심사위원들은 '거인'의 김태용 감독을 택했다. 김태용 감독은 "우리 사회와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을 하나의 스토리 안에 잡아가더라. 연기를 조율하는 것과 장치를 이어가는 것이 관객을 몰입시킨다"는 호평을 받으며 무려 5표의 지지로 수상자로 결정됐다.
"다섯 명 모두 상을 주고 싶다. 자기 작품에서 자기가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다 아는 것 같다"는 총평이 나온 신인남우상 부문에선 의외로 쉽게 결론이 났다. '거인'의 최우식에 대해 "그 역을 제대로 소화하면서 이끌어가는 것이 대단하더라. 끝나고 최우식 얼굴이 계속 떠오르더라. 너무 동안이라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까 궁금하다"고 손을 들어줬다. 심사위원들은 '강남1970'의 이민호에 대해서는 가능성과 스타성이 많은 배우로 꼽으며 "이미 드라마에서 자기 색깔을 굳힌 가운데 영화로 왔는데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더라"고 전했다. '소셜포비아'의 변요한은 "어려운 연기를 했다. 모나지 않게 영화를 잘 끌고 갔다"고 좋은 평을 받았다.
신인여우상 부문도 '간신'의 이유영은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더라. 설중매라는 캐릭터를 다른 캐릭터와 밸런스를 잘 유지하면서 매력있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될까"라는 평을 받으며 6표를 받아 압도적으로 수상자가 됐다.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의 박소담은 "정말 매력적이다. 앞으로 무조건 주목해야하는 배우다. 한국 영화계에서 큰 일을 할 것"이라면서도 "개봉 시기 때문에 '검은사제들'로 올라오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평했다.
권소현은 "평면적인 캐릭터의 유형을 연기하는 것이다. 리얼리즘을 떠나 유형을 만들어가는 연기인데 고등학생 연기는 섬세한 부분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제작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김설현도 작은 역할이었지만 이 캐릭터를 김설현이 하지 않았으면 어쩔뻔 했나라고 생각한다"고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남우조연상에서도 팽팽한 대립을 보였다. 다섯 후보 모두 "누가 받아도 이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때문에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고 이 가운데 오달수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오달수는 "황정민과 우정을 나누는 오달수의 모습이 정말 좋았다. 오달수가 할 수 있는 연기를 제대로 보여준 것 같다"는 평을 받으며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유해진과 조진웅도 "너무 잘하는 배우들이라 매년 손해보는 면이 있는 것 같다"는 평을 받았다. 배성우에 대해서는 "'오피스'보다 '베테랑'에서의 연기가 더 인상적이었다. 그 호흡은 누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경영은 "'소수의견'에서 아버지 역할은 지금까지의 연기중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훌륭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결국 오달수가 5표로 수상자가 됐다.
여우조연상에서는 '사도'의 전혜진이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해냈다"며 6표를 획득해 수상자가 됐다.
충무로의 간판 얼굴이 모두 포진한 남우주연상 부문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새 얼굴을 택했다. '사도'의 타이틀롤 유아인은 "대체 불가의 연기력을 보여줬다. 사도가 미쳐가는(?) 모습을 탁월하게 표현했다"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아인의 아버지 영조 역을 맡았던 송강호에 대해서는 "'변호인'에서 다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남아 있더라"고 평했다. 황정민은 "이 배우가 가져가는 힘은 대단하다. 정말 잘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끝으로 심사위원들은 "이런 배우들과 같은 시대에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이들의 연기에 대해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총평했다.
'청룡의 여왕'을 뽑는 여우주연상 부문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하지만 결국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에 대해 "의외였고 놀라웠다. '꽃잎'에서의 그를 생각하면서 '그가 연기잘하는 배우였지'라는 생각을 했다"며 손을 들어줬다.김혜수에 대해서는 "한국 여배우군에서 독자적인 자리를 만들어냈다"는 평을, 전지현에 대해서 "영화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120% 소화해냈다"고 평가했다. 한효주는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하게 해줬다. 입이 안다물어질 정도"라는 평을 내렸다.
2015년 최고의 작품과 감독을 꼽는 감독상과 최우수작품상 심사의 분위기는 더 없이 엄숙했다. 심사위원들은 영화의 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다섯 후보 모두를 높게 평가했다. '베테랑' 류승완 감독에 대해 "장르적으로 봤을때 감독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것 같다"는 평을 받았다. '암살'의 최동훈 감독에 대해 "오락영화라는 베이스는 있지만 역사를 다루는 것에 피할 수 없는 지점이 있는데 그것을 잘 가져갔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투표에 들어가자 심사위원들은 2표를 제외하고 네티즌까지 모두 7표를 류승완 감독에게 줬다.
최우수작품상 역시 난상토론이 이어지며 좀처럼 결론이 나질 않았다. '국제시장'에 대해서는 "작품으로 한 역사를 관통하는 내용이 영화적으로 좋았다"고 평했고 '사도'는 "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힘있게 끌고 가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장르적으로 풀기는 했지만 메시지도 제대로 들어갔다"며 네티즌표까지 무려 8표를 얻은 '암살'이 끝내 큰 영광을 안았다.
특별취재반
※심사위원 명단 : 조혜정(교수·중앙대 예술대학원), 조진희(교수·숙명여대 미디어학부), 노종윤(제작자·웰메이드필름 대표이사), 원동연(제작자·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이사), 정보석(배우), 홍지영(영화감독), 조의석(영화감독), 김형중(스포츠조선 엔터테인먼트팀 부장), 네티즌 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