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선수들의 도박 파문은 잠재적인 프로야구 악재다. 삼성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의 한국시리즈 출전금지를 시작으로 끝없이 의혹제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괴소문의 실체는 확인할 길이 없다. 여러 정황상 SNS와 각종 정보지에 이름이 올라 있는 선수 상당 부분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 선수 3명도 지난 25일 한국시리즈 엔트리 제출까지 구단은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SNS에는 이들 셋의 실명이 버젓이 온라인상에 도배되다시피 했다. 언론에서도 이들의 이름을 파악했지만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명을 거론할 순 없었다.
때로는 소문이 사실을 뒤덮는 경우도 있다. 최근 상황은 꼬리를 문 소문이 말과 글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출처에 대한 명확한 확인 대신 진실인양 전파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국내 모 언론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거액 원정도박과 관련, 마카오 현지 취재를 했다. 한국인 에이전트들의 증언과 현지 취재를 토대로 마카오 '정킷방(카지노의 일정공간을 임대한 사설 카지노)을 이용한 프로야구 선수가 6명 더 있다'고 보도했다.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방 모 구단, FA로 큰 돈을 벌어들인 선수로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보도가 나간 뒤 프로야구판은 크게 술렁였다. 한국시리즈 기간중이었지만 구단 관계자들은 사실 확인에 주력했다.
다음날 증권가 정보지(일명 찌라시)에는 한술 더떠 총 10명의 선수 이름이 나돌았다. 삼성 3명 외에 7명이 더 언급됐다. 전날 언론보도와는 선수 명단에 차이가 있었다. 이중 대거 5명이 언급된 지방 A구단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난리법석이었다. A구단은 해당 선수들의 여권을 확보, 출입국 내역을 일일이 확인했다. 문제가 됐던 지난해와 올해 홍콩이나 마카오로 단독 출국한 선수는 없었다. A구단의 B선수의 경우 올해 홍콩으로 가족여행만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A구단 단장은 "구단이 신속히 움직여 사태파악을 할 필요가 있었다. 여권에 출입국 내역이 찍히는데 해당국가로 출국한 선수는 없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가족여행을 다녀온 선수는 확실히 가족들과 함께 출국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 구단 C선수의 경우 성향상 도박과는 너무 거리가 먼 '돌쇠'같은 스타일이라 더욱 의아했다. 누가 이런 뜬소문 정보지를 만들어 내는지 황당할 따름"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지방 C구단도 정보지에 이름이 올라간 소속 선수 D때문에 발빠르게 움직였다. C구단 관계자는 "D는 원칙적으로 큰 돈을 사용할 수 없다. 모든 연봉은 D의 부모님이 관리하고 계신다. 매달 200만원 안팎의 용돈을 타쓰고 있다. 본인도 황당하다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C구단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에 미리 대비하기위해 조만간 D의 여권속 출입국 내역도 따로 확인키로 했다.
이같은 해프닝이 벌어지는 이유는 검찰이나 경찰조사같은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소문이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다수의 선수들이 크게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