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4번타자'가 드디어 그 위용을 드러냈다.
소속팀 소프트뱅크를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프리미어12 한국대표팀에 합류한 이대호가 투혼을 발휘했다. 비록 손바닥 부상의 여파로 선발 출전은 무산됐지만, 경기 후반 대타로 나와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야수 정면으로 가는 바람에 아웃이 된 아쉬운 타구였다.
이대호는 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대표팀과의 '슈퍼 시리즈'에서 선발 4번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인식 감독은 "이대호가 일본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투구에 맞은 손바닥쪽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며 "일단 4일 쿠바전 출전 여부는 상태를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하루가 지났지만, 상태는 그리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이대호는 선발에서 제외됐고, KBO리그 홈런왕 박병호가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이대호는 경기 후반에 그 위용을 드러냈다. 한국이 6-0으로 앞선 7회말 6번 나성범 타석 때 대타로 등장한 것. 이대호가 대기 타석에 등장하자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천천히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쿠바 5번째 투수 리반 모이넬로와 상대했다. 모이넬로는 일본 리그를 평정한 이대호의 명성에 위축된 듯 초반 3개의 볼을 연속으로 던졌다.
볼카운트 0S3B. 기다려도 좋지만, 이대호라면 한 번 휘둘러 봄직한 타이밍이다. 이대호는 4구째에 망설임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아무래도 부상을 입은 오른손 통증 때문인지 타격을 한 이후 제대로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타이밍은 좋았지만, 결국 타구에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았다. 시원하게 뻗는 듯 했다가 멀리 가지 못했고, 쿠바 중견수 마르티네스의 정면으로 향해 아웃이 됐다. 이대호는 아쉬운듯 돌아섰지만, 관중들은 부상을 무릅쓰고 타석에 나온 이대호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고척돔=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