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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 약점 없앤 김광현, 완벽한 에이스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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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은 확실히 믿음직한 에이스다웠다. 완벽한 리허설이었다.

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5 서율 슈퍼시리즈 쿠바와의 평가전.

김광현은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3이닝 3피안타 무실점. 투구수는 38개였다. 탈삼진은 2개.

프리미어 12를 대비한 평가전이다. 때문에 결과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착실한 준비가 좋은 결과를 담보한다. 대표팀에서 김광현은 절대적으로 믿는 에이스 카드다.

긍정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김광현은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구위를 지닌 좌완 투수다. 높은 타점에서 형성되는 150㎞를 육박하는 패스트볼과 명품 슬라이더를 지니고 있다.

그의 슬라이더는 약간 특이하다. 높은 타점에서 꽂아넣기 때문에 슬라이더 특유의 횡으로 변하면서도 아래로 가라앉는다.

하지만, 가끔씩 나오는 제구 불안과 거기에 따른 위기관리능력 불안은 옥에 티였다.

이날 김광현은 두 가지 약점을 완벽히 제거했다.

일단 그의 공에는 힘이 넘쳤다. 1회 그는 타자 몸쪽을 중심으로 제구를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는데 주력했다. 그의 패스트볼은 145㎞ 안팎에서 형성됐다. 구속 자체는 평소보다 약간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파워가 좋은 쿠바 타자들의 배트는 번번이 밀렸다. 결국 3번 율리에스키 구리엘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나머지 세 타자를 모두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2회 선두타자 루디트 레이예스가 행운의 중전안타를 쳤다. 완벽히 배트가 밀렸지만, 중견수 앞에 뚝 떨어지는 짧은 안타가 됐다. 그러자 김광현은 더욱 출력을 높혔다.

위기를 맞으면서 나온 에이스다운 대응방식이었다. 145㎞ 안팎의 패스트볼 구속이 최고 148㎞까지 찍혔다. 2사 이후 알렉산데르 마예타에게는 146, 148㎞의 패스트볼로 윽박지은 뒤 137㎞의 빠른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 장면은 압권이었다.

3회도 마찬가지다. 선두타자 요르비스 보로토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후속타자에게 병살타를 유도했다. 배트의 힘이 완전히 밀리는 것이 느꼈다.

결국 김광현은 에이스로서 자신의 출력을 언제 높일 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마운드에서 여유가 없으면 할 수 없는 '기어 변속'이다.

또 하나의 강점은 슬라이더의 구속 변화다. 김광현은 이날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삼았다. 2개의 탈삼진을 모두 슬라이더로 잡아냈다.

그의 슬라이더는 위력적이지만, 몇 년전만 해도 구속 변화가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광현은 130㎞ 후반대의 짧고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최고 142㎞이 커터성 슬라이더도 기록됐다.)와 120㎞ 중반대의 길고 낙차 폭이 크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완급조절을 했다. 여기에 큰 폭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가미했다. 결국, 쿠바 타자들은 전혀 김광현의 130㎞ 후반대의 슬라이더에 대응하지 못했다. 쿠바 타자들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패스트볼을 신경쓰면서, 크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커브로 타이밍을 완벽히 빼앗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즌이 끝난 뒤 김광현은 31일의 공백이 있었다. 하지만, 전혀 그 부작용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대표팀의 에이스로 가져야 할 여유와 완급조절, 그리고 위력을 동시에 보여줬다. '에이스 김광현'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고척돔=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