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 스텝 때 제구력이 흔들린다."
첫 단추를 잘 꿰는 게 중요하다. 프리미어12에서 1차적으로 예선 라운드 통과를 목표로 내건 한국 야구대표팀 '김인식 호'는 8일 일본 삿포로에서 숙적 일본 대표팀과 개막전을 치른다. 프리미어12 대회의 가장 빅카드로 여겨지는 '한일전'이다. 그래서 공식 개막전으로 지정됐다. 흥행을 위해 장소까지 예선 라운드가 펼쳐지는 대만에서 동떨어진 일본 삿포로로 정해졌다.
이렇게 비중이 큰 개막전에서 고전한다면 향후 예선라운드가 계속 어려워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최정예 대표팀으로 구성된 일본에 비해 한국의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지만, 대표팀으로서는 무조건 '필승'의 각오로 임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이번 프리미어12 개막 일본전에 대한 고민이 많다.
무엇보다 일본의 개막전 선발로 나설 오타니 쇼헤이 공략이 중요하다. 오타니는 삿포로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의 에이스다. 올해 15승5패에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했다. 강점은 무엇보다 160㎞에 육박하는 묵직한 강속구. 여기에 변화구로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던지는 데 빠르면서도 변화폭이 크다. 이를 앞세운 공격형 피칭으로 올해 196개의 삼진까지 잡아냈다. 일단 기록이나 구위만 보면 한국 타자들이 상대하기 쉽지 않아보인다. 특히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팀의 소속 선수들은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어 빠른 공이나 변화구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전력 분석을 통해 조금씩 오타니의 빈틈을 파악해내고 있다. 일단 확실한 공략포인트가 있다. 바로 주자가 나가 '슬라이드 스텝' 피칭을 할 때 제구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대표팀 이순철 타격 코치는 "오타니는 무척 공격적인 투수다. 와인드업 피칭에서 힘을 보아 더지는 공은 정말 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슬라이드 스텝에서는 간혹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본인도 그걸 아는지 슬라이드 스텝으로 몇 차례 던지다가 공이 안들어가면 아예 주자 신경 안쓰고 와인드업으로 폼을 바꿔 던지는 모습도 봤다"고 밝혔다.
결국 오타니 공략의 기본 전략은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것이다. 주자가 나가 자존심이 강한 오타니의 신경을 계속 자극한다면 제구력이 크게 흔들려 자멸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관건은 주자가 나가는 것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의 핵심은 '누가 그 방울을 들고가느냐'다. 가장 유력한 인물은 이용규다. 일본전에도 강하고, 대표팀에 나가면 특히 강한 투지를 보여준다. 선구안이나 커트 능력, 주루플레이 및 도루 능력은 두 말할 것 없이 KBO 최강이다. 오타니를 공략하기 위한 선봉장으로 가장 적합하다.
이용규 역시 이런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이용규는 "아직 경기 감각이 올라오지 않았지만, 몸상태는 아주 좋다. 쿠바전을 치르면서 경기 감각도 살아나게 될 것"이라면서 "결국은 대회 경기 당일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 오타니라고 해서 늘 좋을 순 없다. 그러면 우리도 충분히 칠 수 있다고 본다. 자신감있게 경기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과연 한국 대표팀은 오타니를 무너트릴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