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전이 굉장히 중요하다."
4일과 5일 고척 스카이돔구장에서 열리는 프리미어12 한국대표팀과 쿠바대표팀의 슈퍼시리즈가 점점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됐다. 프리미어12 본대회 이전의 웜업, 그리고 고척 스카이돔의 역사적인 공식 개장경기, 마지막으로 아마최강 쿠바 대표팀의 두 번째 방한 경기. 이런 기본적 의미 외에 정말 중요한 의미가 생겼다. 어떤 면에서는 '승리'보다 더 중요한 점. 바로 대표팀의 '경기감각 회복' 기회다.
사실 친선경기의 '승패 결과'는 별로 의미가 없다. 이왕 경기를 치르는 데 이기면야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이번 쿠바와의 2연전은 '친선경기'라는 타이틀을 달아놨다. 그래서 두 팀 모두 악착같이 승리를 위해 전력을 쏟아붓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메인이벤트인 프리미어12를 앞두고 각자의 부족한 면을 조금 더 가다듬고 개선하기 위한 기회로 삼을 것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김인식 감독의 최대 고민은 바로 선수들의 '사라진 경기감각'이다.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들은 정규시즌을 마친 뒤 매우 열심히 개인 훈련을 해왔다. 김 감독은 대표팀 소집훈련 첫 날이었던 지난 10월27일 잠실구장에서 선수들의 몸놀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훈련들을 잘해와서 몸상태가 좋다. 대표팀이라는 책임감을 확실하게 갖고 있는 것 같다"며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됐다. 훈련 페이스를 높여보니 몸상태와는 별도로 경기 감각이 크게 떨어져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 특히 이런 현상은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않은 팀 소속 선수들에게 주로 나타났다. 사실 경기 감각은 개인 훈련을 아무리 많이 한다고 만들수 있는 게 아니다. 실전에서 동료들과 상대의 공을 받아치고 잡아봐야 만들어지고 유지된다.
결국 8일 일본과의 프리미어12 개막전 이전까지 선수들의 사라진 경기감각을 되찾게 하는 게 현재 '김인식 호'의 최우선 과제다. 쿠바전이야말로 이 과제 해결을 위한 절호의 찬스다. 노련한 김 감독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3일 슈퍼시리즈 공식 기자회견 때 "쿠바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는 말을 한 것이다. 두 차례 경기를 통해 선수들로 하여금 스스로 경기 감각을 일깨우도록 만들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쿠바와의 친선 2경기에서는 다양한 선수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8일 일본전을 앞두고 가능한 한 여러명의 선수들이 실전에서의 느낌을 되살려야 한다. 기본적으로 부상이 없는 모든 대표선수들이 그라운드를 한 번 이상 밟아보는 게 낫다. 사실 승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 패배 역시 그다지 큰 수모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선수들이 다시금 '전사'로서의 감각을 되찾는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