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을 전격 인수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통신 시장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고 방송 시장에서도 몸집을 부쩍 불림으로써 방송·통신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2일 이사회를 열고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SK그룹과 CJ그룹 간 '빅딜'인 것. CJ 헬로비전 30% 지분 외에 잔여 지분 23.9%는 향후 양사간 콜·풀옵션 행사를 통해 인수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SK텔레콤은 가입자 335만명을 보유하며 인터넷TV(IPTV) 분야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420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CJ헬로비전을 추후 합병할 계획이다. 합병 비율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가 1대 0.4756554이다. 합병 법인에 대한 SK텔레콤의 지분율은 75.3%, CJ 오쇼핑의 지분율은 8.4%가 된다. 합병이 완료되면 SK브로드밴드는 상장법인인 CJ헬로비전에 통합돼 우회상장 되며, 인수 및 합병 완료는 내년 4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두 회사가 합병이 되면 유료 방송 가입자 수를 750만명으로 늘리며 업계 1위 KT를 바짝 뒤쫓는 동시에 업계 3위인 LG유플러스(가입자 220만명)를 멀찌감치 따돌리게 된다. KT의 경우 IPTV인 올레tv 가입자 615만명, 위성방송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 200만명 등 약 815만명의 유료 방송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법인의 주력 사업을 미디어로 전환하고, 케이블TV와 IPTV의 하이브리드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홈 고객에 기반을 둔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해 최고의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 회사'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CJ헬로비전 지분 인수 배경에 대해 "CJ헬로비전이 올해 2월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방송을 시작했고, 지난해 초고화질(UHD) 방송을 상용화하는 등 혁신의 DNA를 보유하고 있어 생활가치, 사물인터넷(IoT), 미디어 등 3대 차세대 플랫폼을 성장 전략으로 추진 중인 SK텔레콤과 시너지 창출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이 통신·미디어·디바이스·콘텐츠가 융·복합된 차세대 플랫폼 격전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미디어 산업을 플랫폼과 연계 발전시키는 진화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KT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눈길을 끈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과 유선통신에 이어 방송까지 장악할 경우 미디어산업 발전 저해를 가져온다는 입장이다. KT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통신에 이어 방송까지 독점력을 확대시켜 공정경쟁을 훼손하고, 시장을 황폐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며 "플랫폼 1위 사업자와 콘텐츠 1위 사업자의 상호 지분 보유는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발전을 저해해 글로벌 경쟁력도 낮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도 KT와 같은 입장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소비자 이익에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소비자 편익 저해, 무선시장 지배력 전이에 따른 경쟁 활성화 저해 및 불공정 행위 양산, 시장 고착화를 통해 창조경제 붕괴 등 제반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