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물 간 가수가 쇼케이스를 연다고 찾아주셔서 고맙고 부끄럽습니다."
11년 만에 가수로 전격 컴백한 김태욱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 성대 신경마비 장애 판정후 가수 생활을 접고 벤처 사업가(아이패밀리SC 대표)로 성공한 김태욱이 2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롤링홀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신곡을 최초로 공개했다.
쇼케이스가 열리기 전부터 현장에는 고 김현식의 '내사랑 내곁에' 노래가 반복적으로 들려 궁금증을 낳았다. 그 이유는 쇼케이스 시작과 함께 바로 확인 가능했다. 김태욱의 신곡인 '김태욱의 마음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봐'에 김현식의 이름과 노래 제목이 가사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욱은 "개인적으로 지난 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심신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차 안에서 김현식 선배의 '내사랑 내곁에'가 울려 퍼지더라"며 "아픈 노래를 들으니 위로가 되더라. 그러면서 성대 신경마비 판정 이후 마음을 닫았던 음악에 새롭게 마음을 열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다가 속초에 가서 소주를 한 잔 했는데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진짜 김태욱'을 만났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들까 보니 '진짜 김태욱'이 화난 모습으로 나를 보고 있더라. 그러면서 노래를 하겠다고 해서 다시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태욱의 마음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봐'를 들어보면 아주 거친 보컬이 들린다. 현재의 목 상태에 대해 김태욱은 "많이 나아졌고 20% 정도 그런게(성대 신경마비 장애) 있다"며 "주변에서는 '목소리가 맛이 갔는데 노래 하겠냐?'는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노래를 들어보며 신기해 하더라. 거친 목소리가 오히려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반응이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신곡에 대한 아내 채시라의 반응도 궁금했다. "사실 오늘은 아내 얘기를 의도적으로 안하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노래 가사를 들어보면 아내가 등장하는 순간 노래에 스며들기 힘들기 때문이다.(웃음) 아내는 예전에 내가 예전에 했던 노래들보다는 진정성이 느껴지고 예전 음악은 마니아 성이었는데 이번에는 많은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곡인 것 같다고 담백하게 대답해 줬다."
흥미로운 사실은 '김태욱의 마음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봐'의 작곡가가 과거 작곡가의 꿈을 꾸고 상경했다가 꿈을 이루지 못하고 현재 김태욱이 운영하는 회사에 직원으로 있는 이종현 씨라는 것. 김태욱은 "오늘은 이종현이 미생의 꿈을 이루는 날이다"고 의미를 부여했고 이종현 씨는 "오랜 꿈을 이루게 해 주셔서 그 무엇으로도 환산이 안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11년 만에 신곡을 발표하게 된 김태욱은 앞으로 라이브 위주로 가수 활동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김태욱은 "단순히 이벤트 성으로 노래를 발표한 것이 아니다. 라이브도 많이 하고 계속 앨범 활동을 할 생각이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김태욱은 1991년 가수로 데뷔해 '개꿈'으로 인기를 모으며 다섯 장의 앨범을 냈으나 2000년 성대 신경마비 장애 판정을 받고 가요계를 잠정 은퇴했다. 이후 사업가로 황무지나 다름 없는 웨딩시장에 뛰어들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를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