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철호가 돌아온 31일 인천국제공항.
낯익은 두 선수가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상으로 중도 귀국한 장결희(바르셀로나 후베닐B)와 최재영(포항제철고)이었다. 특히 20일 수술을 앞둔 최재영은 양 손에 목발을 짚고 있었다. 장결희는 대회를 앞두고 발목 부상으로 귀국했다. 최재영은 브라질과의 1차전에서 경기 도중 부상했다.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었다. 칠레에 남은 친구들은 두 친구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16강이라는 결실을 선물했다. 장결희와 최재영은 각각 사촌형, 부모님과 함께 인천공항에 왔다.
마침내 귀국장의 문이 열렸다. '캡틴' 이상민(현대고)은 두 선수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환하게 웃었다. '에이스' 이승우(바르셀로나B)도 한걸음에 달려와 두 선수를 안아줬다. 다 함께 '너무 일찍 와버렸죠?ㅠㅠ 쑥쑥 커가는 모습 기대해주세요'라는 플래카드를 함께 들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칠레에서 21명이 두 선수의 몫까지 나눠 뛰었던 최진철호는 공항에서 23명이 모두 모인 '진짜' 원팀이 됐다.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연일 한국 축구사를 새로 썼던 최진철호가 31일을 끝으로 긴 여행을 마무리했다. 최진철호는 16강에서 벨기에에 아쉽게 무너졌지만, 조별리그에서 FIFA 주관 대회에서 처음으로 브라질을 꺾고, 단 두 경기만에, 그것도 무실점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등 많은 성과를 남겼다. 특히 조직적이고 헌신적인 플레이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항에 모인 팬들은 어린 태극전사들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벨기에전이 끝난지 이틀이 지났지만 선수단의 표정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했다. 최진철 감독은 "좋은 성적이라고 많이 환영해주시는데 선수들,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등 칠레 들어간 선수단은 16강이라는 성적이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했다. 이상민은 "우리 목표 4강인데 16강서 탈락해 아쉬운 부분 많다"고 했다. 이승우도 "나에 대한 믿음에 보답 못해서 선수들, 코치들에 미안했다. 마지막 경기 끝나고 아쉬워서 계속 누워있었다. 정든 친구들, 코칭스태프와 헤어지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어린 선수들이지만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한뼘은 자라 있었다. 이승우는 "벨기에전 끝나고 잠깐 경기장에 누워 있으면서 지난 4년이 생각났다"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원했던 것은 에이스가 아닌 리더였다. 나를 포기하고 팀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다. 지난 4년 동안 친구들과 국내외에서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치르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이 경험이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최 감독은 동고동락한 애제자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 감독은 "이제 선수들에게 벗어날 수 있어서 홀가분하다"고 웃은 뒤 "모든 선수들이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다. 선수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훈련에 임하느냐에 따라 좋은, 혹은 좋지 않은 선수가 될 것이다. 이들의 성장 여부에 따라 한국축구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어떻게 성장할지 아무도 모른다. 선수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사춘기 남자들이라 감정표현에는 서툴렀다. 그러나 '고맙다'는 말은 빼놓지 않았다. 이상민은 "성격 별로인 주장을 잘 따라준 친구들이 고맙다"고 했다. 이승우는 "힘든 순간을 함께 버텨주고, 함께 뛰어준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을 기다리던 최재영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원팀이니까요, 끝까지 함께 해야죠." 최진철호는 한국축구의 미래와 힘을 보여줬다.
인천공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