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준비중인 선수는 세 명이다. 박병호(넥센)와 손아섭 황재균(이상 롯데)이다. 박병호가 2일 테이프를 끊는다. 손아섭은 보름여, 황재균은 손아섭의 결과를 보고 기회유무가 가려진다.
박병호와 손아섭 사이에는 분명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박병호는 구단의 도움 아래 차근 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넥센 구단은 장기 프로젝트로 박병호의 포스팅을 준비해 왔다. 강정호의 피츠버그 입단도 2년여 공이 들어간 '작품'이다. 박병호는 넥센 구단과 의기투합, 일처리를 하고 있다.
손아섭은 구단과 시기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롯데는 11월 중순에 포스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팀 전력구성과 황재균에게도 기회가 돌아가려면 늦어도 11월 중순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아섭은 프리미어12 출전과 지난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인한 병역혜택 기초군사훈련 등으로 12월 포스팅 진행을 원하고 있다. 포스팅의 주체는 구단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롯데의 시간표대로 손아섭 포스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박병호와 손아섭은 개인적인 열망과는 관계없이 다른 환경에 놓여있다. 넥센은 알려진 대로 모기업이 없는 자생구단이다. 자금이 늘 부담이다. 구단주인 이장석 대표가 매년 수십억원의 사재를 털어 구단살림에 보태고 있는 실정이다. 이 대표는 "강정호와 마찬가지로 박병호가 다른 팀에서 우리 투수들을 향해 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박병호는 2년후 FA가 된다. 역대 최고금액 경신이 유력한 부동의 홈런타자를 잡을 여력을 이른 시간에 갖추긴 힘들다. 올해 7억원인 박병호의 연봉을 내년엔 더 올려줘야 한다. 이 역시 부담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은 박병호와 넥센의 윈윈전략이다. 박병호는 꿈을 실현하고, 넥센은 선수를 성장시키며 구단의 가치를 높이고 포스팅 금액도 챙길 수 있다. 넥센이 목동구장을 찾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편의를 최대한 봐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손아섭은 다르다. 롯데는 손아섭의 포스팅 얘기가 나왔을 때 살짝 당황했다. 구단이 전혀 준비를 하지 못했다. 손아섭을 보고자 왔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수도 박병호에 비하면 상당히 모자란다. 스카우트가 많이 지켜봐야 좋은 구단, 높은 포스팅 금액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롯데가 구단차원에서 준비할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했다.
더 큰 차이는 손아섭이 꿈을 향해 뛰겠다고 선언한 상태지만 롯데는 내심 잔류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1차로 손아섭이 남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여전히 크다. 선수의 열망을 알기에, 또 수년간 구단에 기여한 공로가 있기 때문에 포스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구단 이익만 놓고보면 잡는 것이 1순위다. 롯데는 2년 뒤에 손아섭이 FA를 선언하더라도 강민호와 지난해 장원준처럼 다년계약을 제시 구단에 잔류시킨다는 거시플랜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붙들어 둘수도 없다. 동기부여가 안되면 경기력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에 박병호와 손아섭을 놓고 움직이는 모양새는 딴판이다. 손아섭 입장에서 보면 다소 서운할 수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