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48) 두산 감독이 선수-감독으로서 한 팀에서 우승 반지를 낀 KBO리그 최초의 야구인이 됐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유희관, 두번째 투수 니퍼트의 호투와 장단 17안타를 터뜨린 타석의 화력을 앞세워 13대2로 승리했다. 이로써 1차전 패배 후 2~5차전을 내리 따낸 두산은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1982년, 1995년, 2001년에 이은 통산 4번째 우승이다.
김태형 감독은 1990년 전신인 OB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에 데뷔해 2001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지난 1995년 두산이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우승을 확정된 순간, 홈플레이트에는 김태형 감독이, 마운드에는 권명철 투수 코치가 있었다. 이후 김 감독은 2001년에는 주전이 아니었다. 홍성흔이 주전 포수였다. 그래도 김 감독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단을 이끌며 팀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때부터 카리스마가 남달랐다.
그리고 2015년. '초보' 사령탑으로 놀라운 리더십을 발휘하며 헹가래를 받았다. 이는 올 캠프부터 노경은, 김강률, 이현승 등이 줄줄이 부상을 당했고, 10개 구단 중 외국인 선수의 존재감이 가장 적었지만 사령탑이 흔들리지 않고 뚝심을 발휘한 결과였다. 또 적극적인 주루, 공격적인 배팅,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강조하며 선수단을 하나로 모은 것도 컸다. 2년 전까지 늘 '가을 야구' 단골 손님으로 꼽히고도 번번이 정상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두산. 10년 넘는 기다림 끝에 드디어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다.
김 감독에 앞서 사령탑 데뷔 첫 해 우승의 기쁨을 누린 수장은 김응용 전 해태 감독, 선동열 전 삼성 감독, 류중일 현 삼성 감독 등 3명 있었다. 그러나 선수와 감독으로서 단일 팀에서 정상에 오른 건 김태형 감독이 유일하다. 선동열 감독은 해태에서 '국보급 투수'로 명성을 떨친 뒤 뒤 삼성 지휘봉을 잡고 우승했다. 류중일 감독은 현역 시절 우승이 없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초짜' 답지 않은 모습으로 단기전을 이끈 김태형 감독. 기어코 일을 냈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