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투수전, 승부는 의외의 곳에서 시작된다.
삼성 선발 장원삼과 두산 선발 니퍼트는 4회까지 각각 무실점의 호투를 이어갔다. 그런데 두산의 5회초 공격에서 장원삼에게 이상이 발생했다.
장원삼은 1사후 오재원에게 130㎞짜리 몸쪽 직구를 던지다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를 허용했다. 장원삼은 로메로를 우익수 플라이로 잘 잡아냈지만 김재호에게 140㎞짜리 높은 직구를 던지다 좌전 적시타를 내주며 첫 실점을 했다. 이어 허경민에게 128㎞짜리 슬라이더가 좌전안타로 연결돼 2사 1,2루.
의외의 상황은 박건우 타석에서 나왔다. 장원삼은 박건우에게 볼카운트 2S1B에서 4구째 128㎞짜리 변화구를 바깥쪽 높은 코스로 던지다 강습 타구를 허용했다. 그런데 타구가 공교롭게도 장원삼의 왼쪽 발 뒷꿈치에 맞고 굴절돼 1루 파울라인 선상으로 굴러갔다. 투수 앞 내야안타가 돼 주자들이 모두 살아 2사 만루가 됐다.
장원삼의 부상 정도가 염려되는 상황. 장원삼은 양말까지 벗어가며 트레이너로부터 꼼꼼하게 체크받았다. 잠시 후 장원삼은 양말과 스파이크를 다시 신고 마운드로 올라가 연습피칭을 했다. 김태한 투수코치에게 괜찮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장원삼의 비극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민병헌에게 던진 133㎞짜리 바깥쪽 체인지업이 우전 적시타로 연결돼 주자 2명이 홈을 밟았다. 계속된 2사 1,3루에서는 김현수에게 139㎞짜리 직구를 몸쪽으로 던지다 우전적시타를 내줬다. 스코어는 0-4로 벌어졌다. 장원삼이 타구에 맞은 직후 삼성 불펜에서는 심창민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원삼이 다시 투구를 시작했을 때 불펜에는 아무도 없었다. 장원삼에게 이닝을 계속 맡기는게 좋다는 삼성 벤치의 판단.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게 흘러갔다.
투수는 축이 되는 다리 또는 발에 이상이 있을 경우 구위나 제구가 급격히 흔들린다. 공을 뿌릴 때 축이 되는 발에 온 힘이 쏟아지는데, 그 부분에서 장원삼은 밸런스가 흐트러졌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 '천적'으로 불리는 니퍼트의 호투가 계속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박건우의 타구는 장원삼에게 재앙이 된 셈이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