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야구는 변수가 많다. 겉으로 보기엔 자그마한 나이스 플레이와 미스 플레이가 승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준비한 스포츠조선의 야심찬 포스트 시즌 기획. [PS포인트]다.
타격(B) 수비(F) 주루(R) 피칭(P)으로 세분화, 요점을 정리했다.
[PS포인트-R(주루)]
1차전에서 8-4로 리드하다 충격적 역전패를 당한 두산. 이날도 순조로웠다. 5회 집중 5안타로 5득점.
5-0으로 리드하고 있었지만, 불안했다. 믿을 만한 중간계투가 없는 상황. 마운드에 니퍼트가 버티고 있었지만, 추가점은 절실했다.
기회를 잡았다. 7회 선두타자 김재호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타격감이 좋은 허경민이었지만, 희생번트는 당연한 수순. 허경민은 타구의 속도를 죽이며 투수 앞으로 번트를 굴렸다. 정석 그대로였다.
이때 투수 심창민은 곧바로 대시, 망설임없이 2루로 던졌다. 무리였다. 포수 이지영의 사인도 원활하지 않았다 2루를 가리켰다가, 1루로 다시 수정했다. 짧은 순간 일어난 일이었다. 결국 1루 주자 김재호는 세이프. 삼성 배터리에게 혼란함을 준 요인이 있었다. 김재호의 매우 뛰어난 스킵 동작이다.
김재호는 심창민의 투구 뒤 정확한 스킵 동작을 취한 뒤, 허경민의 번트가 이뤄지자마자 스타트를 끊었다. 때문에 허경민의 번트가 투수 앞으로 굴러가면서, 심창민이 재빠르게 잡았지만 타이밍 상 김재호는 2루에서 세이프가 될 확률이 높았다. 만약 반 박자만 늦었더라면, 심창민의 민첩한 대응에 2루에서 포스 아웃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결국 김재호의 충실한 주루 플레이는 양 팀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
1사 1루의 상황이 무사 1, 2루로 변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심리적 타격이 있었다. 심창민은 이번 시리즈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중간계투다. 삼성의 도박 스캔들 때문에 믿을 수 있는 필승계투조를 심창민과 차우찬으로 설정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흔들린 심창민은 박건우에게 또 다시 볼넷을 허용했다. 결국 무사 만루 상황에서 민병헌의 우익수 플라이로 두산은 고대하던 추가점을 뽑았다. 6-0.
1점의 의미는 매우 컸다. 삼성 입장에서는 추격의 희미한 끈을 완전히 놓아버렸다. 심리적으로 두산은 승리 확률을 더욱 높였다. 김재호의 뛰어난 스킵 동작이 사실상 승패를 가른 장면이었다.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