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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대 삼성 스포츠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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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대', 삼성 스포츠의 방향성이 변하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 시대 삼성 스포츠의 지향점은 '왕국'이었다. 삼성이 투자하는 모든 스포츠의 목표는 단 하나, '정상'이었다.

'일등주의'를 추구하던 삼성은 스포츠에서도 '최고'를 외쳤다.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포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이때부터 삼성은 모든 역량을 '세계일류'에 집중했다. 이 회장이 전면에 섰다. 모든 의사 결정을 독점했다. 실적은 확실했다. 1993년 29조원이었던 그룹 매출은 2013년 380조원으로 늘었다.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이 반도체 D램 하나에서 지금은 20개로 늘어났다.

스포츠는 '세계일류' 이미지 구축에 있어 최적의 수단으로 이용됐다. 삼성은 프로 스포츠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스타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그 결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21세기 들어 7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축구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1995년 창단 이후 K리그 4번, FA컵 3번, 아시아챔피언스리그 2번 우승을 차지했다. 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V리그 8번 우승의 위업을 이룩했다. 여자 농구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WKBL 우승 5회, 남자 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는 2회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만이 아니다. 아마추어 종목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육상, 배드민턴, 테니스, 탁구, 레슬링, 태권도 등 8개 종목을 후원했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됐다. 세계로도 눈을 돌렸다. 올림픽 메인 스폰서를 맡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등 해외 스포츠에 대한 스폰서도 활발히 했다.

그랬던 삼성 스포츠가 이제 변화의 기로에 섰다. 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변했다. 그 사이 삼성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 지분율은 50%를 넘었다. 모든 것에 우선해 주주의 이익을 중요시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과거엔 제왕적 의사 결정 구조로 위업을 이뤘지만 이젠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맞춰 삼성 스포츠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프로 스포츠에만 집중됐던 힘을 서서히 분산시키고 있다. 스포츠단 운영 시스템에 칼을 댔다. 축구와 농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팀에 대한 투자를 줄였다. 삼성 산하 마케팅회사인 제일기획이 스포츠단을 운영한다. 해외 스포츠 스폰서도 줄이는 추세다.

삼성 스포츠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지향점을 재설정해야 할 때다.

국민들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보는 스포츠'에서 '직접 즐기는 스포츠'로 옮겨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스포츠 마케팅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이재용 시대의 삼성 스포츠가 국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갈 것인 지가 향후 대한민국 기업들의 스포츠 정책을 위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