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은 조금 서툴러도 부모님을 끔찍이 생각하는 '부탁해요, 엄마' 유진이 중년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KBS 2TV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극본 윤경아, 연출 이건준/제작 부탁해요엄마 문화산업전문회사, KBS 미디어)에서 '잘 키운 딸'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는 이진애(유진). 어려운 집안 살림에서도 씩씩하게 잘 자라준 것만 해도 대견한데, 엄마 임산옥(고두심)과 아빠 이동출(김갑수)에게 큰일이 생기면 열일 제쳐놓고 달려오며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
그중에서도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감동과 통쾌함을 선사했던 장면은 단연 지난 14회분이었다. 추석을 함께 보내기 위해 찾아온 고모할머니 끝례(전원주)의 잔소리에 주눅이 든 산옥이 속상해 총대 본능을 꺼내든 진애. 그녀는 "시집은 언제 가냐?"는 끝례의 질문에 "시집 안 가고 싶은데. 고모할머니 같은 시어른 계실까 봐요"라며 직격타를 날렸고 매년 추석과 겹친다는 이유로 제대로 지내본 적 없는 외할머니의 제사를 차례와 함께 지내자고 제안했다. 그야말로 명절 증후군에 지친 엄마들의 무릎을 탁 치게 한 명장면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출이 사기를 당한 탓에 반찬가게의 보증금과 월세를 인상할 돈이 없자, 진애는 집안을 탈출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조금씩 모아온 독립 자금을 내놓았다. 하필 고3 때 집안 살림이 풍비박산이 난 탓에 친구들이 대학에서 젊음을 즐길 때도 묵묵히 일만 해왔던 진애. 오빠와 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대주고 집안 빚을 갚아온 그녀에게 독립이란 세상에서 가장 절실한 단어였음에도 말이다.
식구들을 미워한다 해도 이해가 갈 만큼 그간 많은 희생을 견뎌왔던 진애. 그럼에도 동출과 살가운 포옹으로 퇴근 인사를 대신하고, 엄마 생각에 눈물로 잠이 든 산옥을 안아주며 가만히 토닥여주던 그녀. 이렇게 마음 씀씀이가 예쁘니, "저한테는 참 과분한 딸이네요"라는 산옥의 말에 시청자들이 연일 격한 공감을 쏟아내고 있는 게 아닐까.
부모자식간의 정마저 옅어지는 요즘 시대, 엄마 아빠를 생각하는 진애의 속 깊은 면모로 시청자들에게 따스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부탁해요, 엄마'. 오늘(3일) 저녁 7시 55분 KBS 2TV 제15회 방송. <스포츠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