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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왜]최용수의 독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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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세계는 무섭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4월 18일,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에서 1대5로 대패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참담한 패배다." 그의 말에서 한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 날 서정원 수원 감독은 구름 위를 걸었다. 최 감독과의 대결에서 2승1무5패로 열세였다. 한 경기에 모든 시름을 털어냈다. "이기고자 하는 선수들의 간절함이 컸다." 그의 말에는 무한한 기쁨이 녹아있었다.

6월 27일, '5대1의 환희', '1대5의 충격'이 격돌한 두 번째 슈퍼매치는 맥없이 무너졌다. 3만9328명이 운집했지만 두 팀 모두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했다. 결국 골은 터지지 않았고, 0대0 승부에 비난의 화살이 쇄도했다.

9월 19일, 올 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의 문이 열렸다. 최 감독의 고통이 허공으로 날아갔고, 서 감독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슈퍼매치의 시계는 다시 서울을 가리켰다. 서울은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 수원과의 원정경기에서 3대0으로 완승했다. 전반에 이미 대세가 갈렸다. 서울의 3골은 모두 전반에 터졌다. 올 시즌 슈퍼매치는 1승1무1패로 균형을 맞췄다. 최 감독은 서 감독과의 대결에서 6승2무3패로 '절대 우세'를 유지했다.

두 감독의 팽팽했던 기싸움, 이날 슈퍼매치는 '승장' 최 감독을 위한 무대였다. 화끈한 복수로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렸다. 반면 '패장' 서 감독은 또 한번 내일을 기약하게 됐다.

▶벼랑 끝 최용수 감독의 독기

2012년 K리그 우승,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 2014년 ACL 4강…, 최 감독의 성적표다. 가장 큰 강점은 '승부사 기질'이다. 벼랑 끝에 몰리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최 감독은 이번 슈퍼매치에 올 시즌 팀의 운명을 걸었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었다. 12일 전북에 눈물(0대3 패)을 흘린 후 시작부터 달랐다. "전북전은 1년의 마지막 고비였다. 전북전 패배는 좋은 약이 됐다. 그런 위기를 우리의 힘으로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 신선한 마음으로 경기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 기존의 틀을 내려놓았다. 안정 대신 개혁의 칼을 꺼내들었다. 이웅희가 경고누적 결장한 수비라인부터 과감하게 재정비했다. 스리백의 중앙 축인 김진규도 선발에서 제외했다. 김동우가 7월 11일 포항전 이후 두 달여 만에 돌아왔다. 김진규의 자리는 22세의 박용우가 대신했다.

그리고 스리백 전술의 키를 쥐고 있는 좌우 윙백을 손질했다. 오른쪽의 차두리는 물음표가 달리지 않았다. 당초 왼쪽의 1순위는 심상민이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마지막 순간에 고광민으로 교체했다. 박주영의 복귀에도 냉정했다. 최근 1무2패의 부진에 박주영의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컸다. 최 감독도 무리수를 둘 수 있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주영이는 어제 축구화를 신고 팀에 합류했다. 교체카드로 활용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명쾌했다.

그라운드는 '감독의 신뢰'가 춤을 췄다. 서울은 전반 초반 차두리와 고광민을 앞세워 양쪽 측면을 모두 장악했다. 왼쪽에서 먼저 물꼬가 텄다. 전반 18분 고광민이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수원 수비수 연제민의 파울을 이끌어 내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2분 뒤 키커로 나선 아드리아노가 깔끔하게 성공하며 기선을 잡았다. 전반 40분 터진 아드리아노의 두 번째 골도 고광민이 얻은 코너킥에서 출발했다. 아드리아노는 몰리나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화답, 골네트를 갈랐다. 2분 뒤에는 차두리가 허를 찌르는 슈팅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연제민의 로빙 패스 미스를 가로채 20m를 질주한 후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김동우 박용우 김남춘이 포진한 스리백은 어느 때보다 단단했다. 몸을 던지는 투혼은 상대의 기를 꺾는데 충분했다. 중앙의 오스마르, 몰리나, 다카하기의 투지도 넘쳤다. 오스마르는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11.8km를 뛰었다. 태클로 몸을 사리지 않은 몰리나는 세 번째로 많은 11.5km를 소화했다. 다카하기의 투쟁심도 돋보였다. 중원에서 강력한 압박을 통해 수원의 미드필더를 초토화시켰다. 투톱인 아드리아노는 2골, 윤일록은 광활한 활동반경으로 수원의 수비라인을 휘저었다.

최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결과를 놓고 재평가 받고 싶다"고 했다. 완벽한 복수였다. "슈퍼매치 중 가장 기분 좋은 경기였다. 복수라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최근 부진으로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받았다. 선수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집중력과 전투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똑같은 3점이지만 우리의 본모습을 찾은 부분에 만족한다." 최 감독은 이어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했다.

▶초심 잃은 서정원 감독의 패착

서 감독은 초심을 잃었다. 시즌 내내 부상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실험정신으로 견디고 또 견뎠다. 하지만 이날은 아니었다. 부상인 오범석을 무리하게 출전시켰다. "정상적인 몸은 아니다. 그래도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신인 장현수를 빅매치에 활용하기에는 자신의 포지션이 아니어서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포백의 오른쪽인 오범석은 경기 시작 10분 만에 경고를 받으며 무겁게 출발했다. 2분 뒤 '아차'하는 순간이 또 찾아왔다. 고광민의 돌파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고성 파울'을 했다. 주심이 다시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지만 수적 열세에 놓일 수 있었다. 오범석뿐이 아니었다. 홍 철도 몸이 무거웠다. 공격 2선의 좌우인 염기훈과 고차원도 무기력했다. 수원의 측면은 공격과 수비를 넘나드는 고광민과 차두리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측면이 흔들리다보니 중앙 수비도 요동쳤다. 연제민의 두 차례 실수는 뼈아팠다. 한국 축구의 미래 권창훈이 수차례 위력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흐름을 바꾸려고 했지만 서울 수문장 유상훈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카이오와 산토스를 투입하며 대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운도 따르지 않았다. 후반 38분 염기훈의 코너킥을 카이오가 헤딩으로 응수했지만,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계속된 공격에서 산토스가 슈팅을 때렸지만 골대를 맞고 아웃됐다.

서 감독은 "세트피스에서 실점을 하다보니 흐름이 바뀌었다. 아쉬운 건 흐름인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서울이 워낙 수비에 중점을 둔 팀이었지만 우리도 찬스를 많이 만들었다. 아쉽게 골이 안들어갔지만, 좋은 팀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상대의 밀집수비도 헤쳐나갈 수 있는 팀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서울의 수비축구를 다시 꼬집었다. 하지만 과연 서울이 '수비축구'만 한 것일까. 3골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서울이 올 시즌 슈퍼매치 첫 승을 챙기며 승점 48점을 기록했다. 한 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2위 수원(승점 54)과의 격차도 줄였다. 서울이 그룹A행을 확정하면 한 번의 슈퍼매치가 더 열린다. 올 시즌 슈퍼매치는 다시 원점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