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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일 입대 박유천 "2년 공백? 걱정이나 조바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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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오늘 며칠이더라?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간 거야?"

손도장 옆에 사인을 하면서 날짜를 적어넣던 박유천이 장난스럽게 울상 짓더니 '푸하핫' 웃음을 터뜨린다. 지난해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수상자 자격으로 미리 핸드프린팅을 하기 위해 만난 자리. 군입대로 올해 청룡영화상 시상식과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 바쁜 스케줄을 쪼갰다. 27일 입대까지 며칠 남지 않았지만, 박유천의 표정은 여유롭고 느긋하다. "설경구 형님이 입대 전에 술 한잔 하자고 하셨어요. 번데기탕 안주랑 소주 마시겠죠. 아마 저를 반쯤 죽여놓으실 거예요. 하하." 뜨거운 배웅 속에 평범한 20대 청년으로 돌아갈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사람들의 눈길에서 벗어나 있는 동안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는 박유천. 배우이자 가수로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그에게 2년의 군복무는 의미 있는 쉼표가 될 듯하다. 박유천에게 입대 소감과 계획에 대해 물었다.



-군 생활이 걱정되거나 두렵지는 않나?

▶사실 걱정이 되긴 한다. 10여년간 지내온 환경과는 너무 다를 테니까.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10여년간 바쁘게 일하면서 잠시 이 분야를 떠나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는 걸 얼마전 깨달았다. 영화 '루시드 드림'을 촬영하면서 고수 형과 군대 얘기를 나눴다. 고수 형도 입대 전에는 잘해낼 거라고 자신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까 평범한 사람이 돼 가는 과정이 낯설고 힘들었다고 하시더라. 한번은 혼자서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식사를 하고 나오던 길에 하교하던 학생들 무리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 모습을 본 식당 할머니가 'TV 속에 있는 사람이 왜 밖에 나와서 고생이냐'고 하시는 말에,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우리에겐 선택사항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 하셨다. 나도 그 얘기를 듣다가 한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나도 막연하게 마음만 앞서서 평범한 삶을 원했던 것 같다.

-며칠 남지 않은 '민간인'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요즘엔 거의 집에만 있다. 얼마 전에는 친한 형의 생일이어서 밤 11시쯤 술자리에 나갔는데 12시 반에 집에 돌아왔다. 진짜 제대로 놀아야겠다고 작정을 해도 마음이 안 따라준다. 그냥 집에 들어가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라.

-입대 시기는 어떻게 결정한 건가?

▶원래는 더 일찍 입대하려고 했는데 일을 좀 더 해야 해서 약간 미뤄졌다. 회사에도 좀 벌어주고, 나도 좀 벌고. 하하.

-천식 때문에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다.

▶나도 현역으로 가고 싶었다. 현역 복무기간이 4개월 더 짧기도 하고. 신체검사 재검까지 받았는데 천식 때문에 결국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다. 천식이 그렇게 위험한 질병인 줄 몰랐다. 예전에 한참 활동하던 시기에 일주일간 휴가를 받아서 재중이 형 본가에 머물렀는데, 무리해서 일하다가 갑자기 쉬니까 호흡곤란이 와서 쓰러졌다. 재중이 형 부모님의 도움으로 응급실에 갔다. 그땐 정말 죽을 뻔했다.

-촬영하다가 몸을 많이 다쳤다고 들었다. 허리 부상과 갈비뼈 부상은 나아졌나?

▶(울상 지으며) 거짓말이 아니고 정말로 안 괜찮다. 어깨 근육이 찢어져서 의자를 빼다가도 순간적으로 통증이 와서 한참 동안 아파할 때도 있다. 진짜 아픈데 우리 회사 식구들은 별로 걱정 안 하는 것 같다. 하하하.

-얼마 전 군복무 중인 김재중이 휴가를 나왔는데 만나봤나?

▶오랜만에 술을 진짜 많이 마셨다. 아침까지 마신 것 같다. 그런데 재중이 형은 군대에서 10시에 잠자리에 들지 않나. 딱 그 시간부터 기억이 잘 안난다고 하더라. 재중이 형은 12시쯤 잠들었는데 다음날 습관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더라. 준수는 뮤지컬 끝나고 합류했는데 다음날 공연이 있어서 일찍 들어갔다. 연예인인 척한 거다. 하하. 오랜만에 셋이 다 모인 기념으로 그 자리에서 준수의 노래도 들었다.

-군인 김재중의 모습을 보는 기분이 남달랐겠다.

▶좀 신기했다. 보고 싶다고 해서 언제든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래서인지 재중이 형과 한자리에 있다는 게 신선했다. 얘기도 많이 나눴다. 자꾸 현역으로 오라고 하더라.

-홀로 남겨질 김준수가 외로울 것 같다. 걱정되지 않나?

▶전혀. 잘 지낼 거다. 콘서트와 뮤지컬 준비하느라 바쁘다. 오히려 난 준수가 부럽다. 일을 더 하고 갈 수 있지 않나.

-2년간의 공백에 대한 걱정은 없나? 20대 남자배우들의 경쟁이 치열한데.

▶누군가가 잘 되는 데는 그럴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걸 존중한다. 내가 뒤쳐지는 것에 대한 걱정이나 조바심은 없다. 워낙 욕심이 없으니까 주변 분들이 더 걱정한다. 나도 언젠가는 내려갈 거라 본다.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미 충분한 사랑을 받았다. 기회가 주어지고 운이 잘 따르면 배우로서 더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그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은 여유도 있고 일에 대한 즐거움과 사람을 만나는 기쁨이 더 크다.

-2년 뒤엔 30대가 됐을 텐데 어떤 모습을 기대하나?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내가 더 많은 걸 갖추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연기력도 쌓아야 할 테고. 무엇보다 내가 나 다운 삶을 살게 된다면 더 좋은 작품을 만날 것 같다. 군 복무 기간 평범하게 조용히 지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생길 테고. 내가 나를 알게 되면, 2년 뒤에 돌아와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더 편해질 것 같다. 연기하는 게 정말 너무나 재밌고 행복하다.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