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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이만수-김시진, 세 레전드가 초등학생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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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시키는대로 해봐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처음으로 개최한 프로야구 레전드와 함께하는 유소년 야구캠프. 이 뜻깊은 행사가 18일부터 2박3일의 일정으로 경기도 연천 고대산베이스볼파크에서 이어지고 있다. 19일 2일차에는 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김시진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 등 레전드 감독들의 야구 교실이 열렸다. 30도가 훌쩍 넘는 무더위도 어린 꿈나무들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세 명의 레전드 감독은 프로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할 때보다 더 열심히(?) 가르치며 땀을 뻘뻘 흘렸다. 손자뻘 되는 어린 선수들과 함께한 시간, 평소 야구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세 감독의 3인3색 매력을 소개한다.

▶의외의 자상한 반전남, 선동열

선 전 감독은 사실 야구장에서 무뚝뚝하기로 유명했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짧게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카리스마가 넘쳐흐르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어린 선수들 앞에서 선 전 감독은 이웃집 아저씨 같이 푸근했다.

일단, 칭찬이 따발총처럼 발사됐다. 선수들이 공을 던지기만 하면 "잘한다"는 말이 터져나왔다. 여기에 "아저씨가 시키는대로 해봐요. 70% 힘만 주고 던져봐요. 아저씨는 보면 다 아니까"라고 말하며 어린 선수들이 경계심을 허물게 했다.

그러면서도 최고 투수 출신답게 공을 던지는 중요 포인트를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선 전 감독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하체의 중심 이동. 자신의 현역 생활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투구폼 전수를 위해 애썼다. 선 전 감독은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 물어보라"라고 말하며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여기서도 열혈남, 이만수

역시 이 전 감독 스타일은 어디 갈리 없었다. 파이팅 넘치는 모습 그대로였다.

이 전 감독은 조용한 산골 마을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여기에 선수들의 대답 소리가 작으면 "밥을 안먹었느냐"라고 질타(?)하며 얼차려를 주기도 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기본과 파이팅을 강조했다.

두 투수 출신 레전드 감독 속에서 '무한 포수교' 육성에도 열을 올렸다. 본격적인 훈련 전 "야구의 꽃은 포수"라고 선창하고 선수들이 따라하게 만들었다. 야구의 꽃은 투수라고 한 선수들은 얼차려를 피하지 못했다.

물론, 진지한 교육도 이어졌다. 포수로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자세를 설명했고 이어 내야 펑고 타구를 처리하는 요령도 교육했다. 좋은 플레이를 한 선수는 다가가 안아주고, 큰 목소리로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투수 교육의 교과서, 김시진

어린 선수들이지만 야구 선수로서 대가를 알아보는 법. 김 전 감독 교육시간이 되자 "변화구 던지는 법을 알려달라"고 성화였다. 김 전 감독은 진지하게 슬라이더와 커브 그립을 알려주고, 실제 선수들이 던지는 모습을 관찰하며 원포인트 레슨을 해줬다. 손이 작은 어린 선수들이 실전에서 효율적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런데 선수들의 수준이 김 전 감독의 예상을 빗나갔다. 초등학교 선수들인데 슬라이더, 커브를 던지는 것은 기본이고 스피드와 각도 좋았다. 선 전 감독이 "더 가르칠 게 없다. 프로 선수들이 이 친구를 보고 배워야 한다"고 한 임승민(금천리틀 6학년)군의 경우, 김 전 감독이 수정해준 그립을 잡고 더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뿌렸다.

욕심이 많은 6학년 선수들이 "체인지업을 가르쳐달라"라고 추가 요청을 했다. 김 전 감독은 친절하게 잡는 법을 가르쳐줬지만 던지는 연습은 시키지 않았다. 차분하게 "여러분은 아직 손이 크지 않아 체인지업을 섣불리 던지면 팔꿈치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하고, 더 커서 체인지업을 연습하는게 좋다. 고등학교 까지는 슬라이더와 커브 연습만 확실히 하면 된다"고 타일렀다. 김 전 감독은 "요즘 어린 선수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듣고, 보는게 많아 정말 깜짝 놀라게 할 때가 많다"며 껄껄 웃었다.

감독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들은 최유빈(광진리틀 6학년)군은 "TV에서만 보던 유명한 감독님들께 직접 야구를 배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세 레전드 스타 외에도 김용달 전 KIA 코치도 이번 행사에 참여해 선수들의 타격 지도를 맡았다. 차명주, 박현우 육성위원도 함께 땀을 흘렸다.

연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