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뒤쪽 A-보드, 내외야 펜스, 전광판에 유니폼까지 야구장 곳곳 눈길 닿는 곳마다 고개를 내밀고 있다.
4년 연속 홈런왕을 눈앞에 두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거포' 박병호, 에이스 앤디 밴헤켄의 유니폼 상의 앞면 오른쪽 하단을 보면 유명 치킨업체 로고가 붙어 있다. 메인 스폰서와 함께 금방 눈에 들어오는 자리다.
벌써부터 박병호와 함께 정규시즌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가 입고 있는 유니폼 상의 오른쪽 소매에도 치킨 브랜드 광고가 달려있다. kt 위즈 선수들 또한 상의 양쪽 소매에 유명 치킨업체 로고가 찍힌 유니폼을 입고 뛴다. 어느새 치킨 브랜드가 선수 유니폼까지 진출했다.
▶어디까지 왔나.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은 KBO리그. 요즘 야구장에서나, TV 중계를 볼 때 치킨업체 광고를 피해갈 수 없다. 개인 병원과 연고 지역 대학, 피자 등 외식업체 광고도 적지 않은데, 단일 업종으로는 치킨업체가 최다이다.
히어로즈와 NC, kt 유니폼에 브랜드 로고를 새긴 치킨업체들은 올해 KBO리그 10개 구단이 홈구장으로 사용중인 9개 메인 구장 중 8개 구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5개 업체, LG와 두산의 '안방' 잠실구장에 4개 업체가 진출해 있다. NC의 창원 마산구장, SK 와이번스의 인천행복드림구장에도 각각 3개 브랜드가 자리를 잡았다. 삼성 라이온즈의 대구구장, 롯데 자이언츠의 부산 사직구장, kt의 수원 케이티위즈파크그라운드 펜스, A보드에도 치킨광고가 걸려 있다. 히어로즈의 서울 목동야구장도 치킨업체 광고가 빼곡하다.
유일하게 치킨 광고가 없는 곳이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다. KIA가 운영권을 갖고 있는 기아챔피언스필드는 다른 구장과 달리 포수 후면석 A-보드에 광고가 하나밖에 없다. 모기업인 기아자동차 승용차 광고 1개뿐이다. 외부 기업 유치가 아닌 모기업 광고를 받아 팀 정체성을 강조했다.
KIA 구단 관계자는 "기존 업체들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는데, 거의 모든 업체가 광고 유지를 원해 신규업체 진입이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개장한 기아챔피언스필드는 '깨끗한 야구장'을 지향하고 있다. 다른 구장에 비해 펜스 광고수가 적다.
▶치킨광고가 대세가 된 이유.
인기, 주목도가 높고, 사람이 몰리는 곳에 돈이 따라간다. 치킨업체들이 야구장으로 달려간 이유는 딱 하나다. 야구 콘텐츠가 좋고, 광고 효과가 확실해서다.
야구장 내외야 펜스, A-보드 광고의 주 타깃은 관중이 아닌 TV 중계 시청자다. 또 언론 매체를 통한 노출이 주 목적이다.
한 지방 구단 관계자는 "치킨업종같은 프랜차이즈업체는 상호를 빨리 알려야 가맹점 모집에 유리하다. TV 중계 때 배달 수요도 많다. 중계 화면에 뜬 업체에 배달 전화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야구장 광고가 매력적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타자가 타격을 할 때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A-보드가 주목도가 높다. 야구 특성상 노출 빈도, 노출 시간도 길다. 시청률도 일정 수준이 보장된다.
효과는 이미 검증이 됐다고 봐야할 것 같다.
한 구단 관계자는 "몇 년전 인지도가 높지 않은 한 브랜드가 대구구장 포수 뒤편 본부석 A-보드에 광고를 올렸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이 업체가 크게 성공한 후 다른 업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했다. 이 업체가 시장에 뿌리는 내리는데 야구장 광고가 큰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한 치킨업체 관계자는 "야구가 상당히 매력적인 광고 수단임은 분명하다. 이런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우리도 유니폼 광고 제안을 받고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야구장은 연령대별 타깃층이 뚜렷하다. 20~30대가 60%를 차지한다.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치킨과 맥주, 온라인 게임 광고가 많은 편이다.
▶금액은 어디 정도인가.
A-보드 광고수가 늘어나면서 치킨광고 난립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광고수를 제한해 깔끔하게 정리하자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다.
한 지방 구단 고위 관계자는 "깔끔한 게 보기는 좋겠지만, 구단은 수익을 내 적자폭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돈을 벌어야 한다. 수도권 구장의 경우 A-보드 단가가 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광고 단가는 구단마다 대외비다. 물론, 위치와 조건별로 가격이 다양한다. 인천행복드림구장의 경우, 2개의 치킨업체가 A-보드에 들어가 있는 30개 업체명과 함께 돌아가면서 노출된다.
한 지방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A-보드 고정은 1억~2억원, 롤링(돌아가면서 노출)은 8000만원 정도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유니폼은 3억원 이상이고, 외야 펜스 광고는 3000만~6000만원 정도다. 여러가지 프로모션을 엮고 패키지 형식이 많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