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어김없었다. 본선급 대진이 나왔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8일 스위스 니옹에서 2015~2016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플레이오프 대진을 추첨했다. 그 결과 총 10개의 대진이 나왔다.
이 가운데 UCL본선 대진급의 굵직굵직한 매치들이 꽤 있다. UEFA랭킹 13위인 발렌시아(스페인)는 58위인 AS모나코(프랑스리그 소속)와 맞대결을 펼친다. 19위 레버쿠젠(독일)은 33위인 라치오(이탈리아)와 격돌한다. 35위인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은 40위인 CSKA모스크바(러시아)와 맞붙는다. 20위인 맨유(잉글랜드)는 44위에 올라있는 클럽 브뤼헤(벨기에)와 본선행을 두고 승부를 펼친다. 승리팀은 UCL 본선에 오른다. 반면 패배팀은 유로파리그로 떨어진다.
UCL예선(플레이오프 포함)에서 강호들이 맞대결 한 것은 2009~2010시즌부터였다. 스포르팅 리스본은 피오렌티나(이탈리아)와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했다. 피오렌티나가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2011~2012시즌에는 아스널(잉글랜드)이 우디네세(이탈리아)와 경쟁해 본선으로 향했다. 2013~2014시즌에는 AC밀란(이탈리아)과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이 격돌했다. 이 경기에서는 박지성이 뛰면서 국내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AC밀란은 에인트호번을 누르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014~2015시즌에는 아스널이 고전 끝에 베식타스(터키)를 1대0(1,2차전 합계)으로 눌렀다. 아틀레틱 빌바오(스페인)도 이탈리아의 강호 나폴리를 힙겹게 누르고 본선에 올라갔다.
미셸 플라티니 UEFA회장의 UCL 개혁 때문이다. 플라티니 회장은 2007년 1월 UEFA회장에 당선됐다. 바로 개혁안을 들고 나왔다. 핵심은 UCL 문호 넓히기였다. 상위리그에 편중된 UCL 진출권을 손보려 했다. 플라티니는 UCL을 '유럽 각 리그 챔피언들을 위한 대회'로 규정했다. 전임 레나르트 요한손 회장이 주창한 '유럽 최강자들이 모인 대회'와는 지향점이 달랐다. UCL진출권을 4장이나 보유한 빅3(당시는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의 권한을 줄이려 했다.
당연히 이들은 반발했다. UCL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중계권 수입은 매해 늘어났다. UCL 단골 출전팀들에게 출전권 축소는 재정적 타격을 의미했다. 밀고 당기기 끝에 절충안이 나왔다.
'예선전' 개혁이었다. UCL 출전권은 UEFA가 정한 리그 랭킹에 따라 차등분배된다. 시드 역시 리그 랭킹에 따른다. 상위리그의 팀들은 본선에 직행하거나 3차예선부터 시작한다. 반면 하위리그 팀들은 그 리그 챔피언이라 할지라도 1차나 2차예선부터 시작한다.
하위리그 챔피언이 1,2차 예선통과해 3차예선에 오른다고 가정하자. 3차 예선에는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독일 등 상위리그의 4위권팀들이 합류한다. 이들과 맞붙을 확률이 높아진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다. 결국 하위리그에 속한 팀들은 UCL 본선에 올라가기가 힘들다.
플라티니는 이 시스템을 손봤다. 2009~2010시즌 3차 예선을 2가지 카테고리로 나눴다. 챔피언루트와 리그 루트다. 챔피언루트는 말그대로 리그 챔피언들을 위한 것이다. 3차예선 챔피언루트에는 UEFA리그랭킹 14~16위의 챔피언 3개팀이 선착한다. 이들은 2차예선 승리 17개팀과 자웅을 겨룬다. 만만한 팀들끼리 붙는다. 승리한 10개팀은 플레이오프 챔피언루트로 진출한다. 이들이 다시 대진추첨을 통해 자웅을 겨룬다. 승리한 5개팀이 UCL본선으로 간다. 하위리그의 챔피언들이 상위리그 팀들을 만날 확률을 아예 없앴다. 그 결과 이전보다는 편안하게 UCL 본선에 나설 수 있게 됐다. 2009~2010시즌 데브레첸(헝가리), 아포엘(키프러스) 마카이 하이파(이스라엘) 등 낯선 구단이 올라온 것도 이 덕분이다.
반면 리그 루트는 더욱 치열해졌다. 3차예선 리그루트에는 UEFA리그랭킹 7~15위의 준우승팀 9개와 6위 리그의 3위팀 1개가 경쟁한다. 여기에서 승리한 5개팀은 플레이오프로 올라간다. 이들은 플레이오프에서 또 한번의 강팀과 섞인다. 바로 UEFA리그랭킹 4~5(이탈리아, 포르투갈)위에서 3위를 차지한 2팀 그리고 UEFA리그랭킹 1~3위(스페인, 잉글랜드, 독일)에서 4위를 차지한 4개팀이다. 이렇게 강호 10개팀이 5장의 티켓을 놓고 홈앤드어웨이로 격돌한다.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 등의 강팀들이 서로 맞대결하게 된 것도 이같은 시스템 때문이다. 독일 분데스리가(UEFA랭킹 3위) 4위팀인 레버쿠젠이 이탈리아 세리에A(UEFA랭킹 4위) 3위팀인 라치오와 격돌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플라티니의 개혁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기존 강팀들이 UCL본선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경쟁이 재미없어졌다는 시각이다. 특히 UCL의 질적하락을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2009~2010시즌 마카이 하이파의 경우 UCL 최초로 본선에서 단 1골도 못넣고 전패해 많은 이들의 비판을 샀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신선한 팀들이 올라오면서 UCL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의견이다. 특히 2011~2012시즌 아포엘은 8강까지 오르면서 기존 강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들 팀들의 선전으로 UCL본선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