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기에서 49실점. 이것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는 팀의 마운드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도 고삐를 바짝 죄야 할 시점이라면 충격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SK 와이번스는 지난 9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초반부터 마운드가 무너지는 바람에 4대10으로 패했다. 최근 4경기에서 1승3패로 제동이 걸려 다시 6위로 내려앉았다. 8월 들어 5위를 놓고 싸우는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도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SK로서는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SK가 시즌 전 주창한 '시스템 야구'의 핵심은 철저한 부상 관리와 스태미나 안배를 통해 선수층을 확보하고 후반기에도 힘을 쓸 수 있는 레이스를 펼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후반기가 3주가 지난 상황에서도 SK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마운드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이날 kt전에서는 선발 채병용이 2이닝 4실점하는 부진을 보인데다 두 번째 투수로 나선 문광은도 ⅔이닝 동안 8타자를 맞아 5점을 내줘 초반 흐름을 빼앗겼다. 이날 선발은 당초 윤희상이었지만, 외국인 투수 세든이 최근 1군서 제외되면서 로테이션 조정이 필요해 스윙맨인 채병용이 선발로 나서게 됐다. 그러나 채병용은 지난 6일 삼성 라이온즈전서 1이닝 4실점한데 이어 2경기 연속 난조를 보였다. 지난달 27일 2군에 내려갔다가 이날 돌아온 문광은 역시 기대 이하의 실망스러운 피칭을 하고 말았다.
전날(8일) 경기에서는 에이스 김광현이 5이닝 동안 11안타를 맞고 7실점하는 극도의 부진을 나타냈다. 김광현은 1회 3실점을 비롯해 5회까지 매회 점수를 주며 힘겹게 이닝을 이어갔다. 지난달 2일부터 지난 2일까지 4경기 연속 6⅔이닝 이상 던지면서 2실점 이하로 막았던 김광현의 이날 부진은 '일시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6~7일 삼성과의 2연전에서 SK 투수들은 상대의 폭발하는 방망이에 참담하게 무너졌다. 첫 날 선발 박종훈이 3이닝 6안타 6실점, 이어 고효준 2실점, 채병용 4실점 등을 각각 기록했다. 박종훈의 경우 직전 경기였던 7월 31일 LG 트윈스전서 7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진 후의 결과라 충격이 컸다. 후반기 들어 기복이 심해지고 있다.
7일 경기에서는 선발 세든이 2이닝 7실점한 것으로 비롯해 박민호, 전유수, 정우람이 모두 실점을 했다. 최근 들어 선발과 불펜을 가릴 것 없이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준 투수가 거의 없다. 마무리 정우람의 경우 후반기 6경기에서 5이닝 동안 9점을 내줬다. 전반기 45경기에서 49이닝 동안 9실점한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그래도 정우람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유수 이재영 채병용 고효준 등 대부분의 불펜투수들은 8월 들어 실점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SK는 전반기 어려운 레이스를 펼치면서도 투수진을 절대 무리시키지 않았다. 불펜투수의 경우 3경기 연속 등판을 피했고, 선발투수는 화요일에 나서지 않는 한 5일 휴식 후 6일째 등판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켈리, 밴와트 두 외국인 투수의 부상 공백 중에도 김용희 감독은 후반기에 대비한 투수 운용을 밀고 나갔다. 그러나 팀마다 45경기 안팎을 남겨놓고 있는 지금은 다르다. 8월 들어 김 감독은 "이제는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경기마다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매경기 총력적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투수들의 컨디션은 기대한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후반기 SK의 팀평균자책점은 7.19로 10개팀 가운데 가장 좋지 않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