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한화 위기탈출의 해법, 잔루-볼넷부터 줄여라

by

시간이 마치 1년 전으로 돌아간 듯 하다. 마치 3년 연속 리그 최하위에서 허덕일 때의 한화 이글스를 보는 듯 하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 이토록 큰 위기감이 든 적은 없었다. 2015시즌 개막 이후 두 번째 5연패에 빠진 한화는 지금 최악의 위기에 빠져있다.

당장 최근 5연패 기간(7월31일~8월5일)의 팀 기록을 살펴보면 한화가 얼마나 안좋은 상황에 빠져있는 지 알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한화의 팀 타율은 2할6푼2리(전체 8위)였고, 팀 평균자책점은 무려 8.16(전체 10위)이었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유일한 8점대 평균자책점이다. 팀 타율은 '최악'까지는 아니었다. 정작 최악은 팀홈런(1개)과 장타율(0.326)이었다.

이렇게 큰 틀에서 얼핏 보기만 해도 한화의 현재 상황이 무척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기록을 보면 왜 이렇게 한화가 추락했는지, 그리고 어디에서부터 위기 탈출의 실마리를 잡아야 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일단 투수력 면에서 5연패 기간의 한화를 보자. 리그 최악의 투수력이었다. 팀 평균자책점이 8점이라는 건 팀 타선이 적어도 8~9점 이상을 내야만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는 뜻이다. 보통 팀이 한 경기에 8~9점을 내기란 쉽지 않다. 한화가 계속 지는 첫 번째 이유는 일단 마운드 붕괴다. 그런데 기록을 살펴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한화는 5연패 기간에 리그 최저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비교적 많은 안타를 내주진 않았다. 5경기에서 총 53개의 안타를 허용했는데, 같은 기간를 기준으로 보면 리그에서 7번째로 적었다.

오히려 한화보다 안타를 적게 맞은 팀의 평균자책점이 더 좋은 모습이 나타난다. 5경기에서 54개의 안타를 맞은 KIA는 평균자책점 5.65로 리그 6위다. 한화보다 11안타를 더 허용한 롯데는 평균자책점 6.94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좋지 않은 수치지만 어쨌든 한화보다 1점 이상 낮다.

이런 이상한 기록의 원인은 바로 볼넷에서 비롯된다. 한화 투수들은 안타는 상대적으로 적게 맞았어도 볼넷을 남발했다. 쉽게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한화의 이 기간 볼넷 허용갯수는 30개다. 당연히 리그 최하위 수준. 리그 1위 삼성(9개)보다 3.3배나 많았다. 당연히 위기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경기 시간도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 야수나 투수는 지칠 수 밖에 없고, 경기 집중력이 떨어진다. 악순환의 반복인 셈이다.

타선 역시 이와 비슷한 문제를 떠안고 있었다. 5연패 기간, 한화의 팀 타율은 2할6푼2리로 전체 8위였다. 간신히 최악은 면했다. 득점과 타점, 안타 갯수 역시 이 정도 레벨이다. 하지만 유난히 눈에 띄는 최저기록들이 있다. 무엇보다 잔루가 너무 많았다. 무려 46개의 잔루를 기록했다. 당연히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다. 잔루가 많다는 건, 그만큼 득점 기회를 허무하게 날렸다는 뜻이다. 찬스에서 해결할 타자가 없었다는 것.

이와 비슷하게 연결해서 볼 기록이 바로 득점권 타율. 한화의 득점권 타율은 2할3푼3리에 그쳤다. 특히나 득점권에서의 장타율은 2할6푼7리밖에 안된다. 이 기간 득점권 장타율 1위인 SK(0.560)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 홈런도 단 1개 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그 마저도 지난 4일 터진 김태균의 솔로홈런이었다. 득점권 상황이 아니었다.

잔루는 삼성도 많았다. 삼성의 잔루수는 무려 45개였다. 한화보다 겨우 1개 적었다. 하지만 득점(39점)은 한화(19점)보다 20점이나 많았다. 이건 삼성이 그만큼 부지런히 타자들을 득점권에 내보내고, 많이 놓치기도 했지만, 또 결정적인 순간에는 어김없이 득점으로 연결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화와는 비교의 레벨 자체가 다르다.

뻔한 이야기지만, 이게 한화의 지금 현실이다. 투수들은 볼넷을 남발하는 바람에 상대에 쉬운 찬스를 허용하면서, 경기 시간을 늘어트리고, 결국 팀의 야수들을 지치게 만든다. 그 결과 야수들은 득점권에서 무기력하게 헛손질만 하고 만다. 이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깨지 못한다면 한화의 재반등은 쉽지 않을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