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의 자신감이 만든 승리였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대표팀은 1일(한국시각) 중국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5년 동아시안컵 여자축구 1차전에서 전반 27분 터진 정설빈의 결승골을 잘 지켜 1대0으로 승리했다. 중국은 당초 윤덕여호는 1승 상대로 꼽은 팀이었다. 일본과 북한의 전력이 한수위라고 봤다. 하지만 중국 역시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팀이었다. 당시 멤버들이 대부분 나섰다. 여기에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3승5무23패로 중국에 절대 열세를 면치 못했다. 그런 중국을 잡으며 남은 경기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든 한국은 정설빈을 원톱으로 이금민 이민아 강유미를 2선에 포진시켰다. 전가을은 조커로 벤치에 앉았다. 더블볼란치에는 조소현 대신 심서연이 나선 것이 이채로웠다. 심서연의 짝은 이소담이 나섰다. 포백은 김수연 황보람 임선주 김혜리가 이뤘다. 골문은 변함없이 김정미가 지켰다. 이민아를 제외하고 전원이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 당시 멤버였다.
'에이스' 지소연과 박은선이 모두 빠진데다 적지에서 만만치 않은 홈팀까지 만난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월드컵 16강을 경험한 태극낭자들의 자신감은 넘쳤다. 월드컵에서 보여준 강력한 압박과 빠른 공격으로 중국을 밀어붙였다. 73%의 높은 습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조직력을 유지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공격쪽에서는 특히 좌우 측면을 활용하는 것이 돋보였다. 이금민과 강유미는 1대1에서 중국 수비를 압도했다. 거칠 것 없는 드리블을 과시했다. 1대1에서 우위를 보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선 이민아의 경기력도 돋보였다. 정설빈의 결승골 역시 측면에서부터 만들어진 골이었다. 정설빈은 쉴새없는 움직임으로 지소연과 박은선의 공백을 메웠다.
후반 7분 중원을 잘 지키던 '캡틴' 심서연이 부상으로 빠지며 위기를 맞았다. 중국이 어수선한 한국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한국의 포백은 흔들리지 않았다. 베테랑 골키퍼 김정미는 수비를 리딩하며 고비마다 선방쇼를 펼쳤다. 후반 막판 부상에도 불구하고 맏언니 다운 안정감을 보였다. 중앙 수비수 황보람도 월드컵을 경험한 후 한단계 성장한 모습이었다. 전반 오버페이스한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후반에도 기동력에서 중국에 크게 밀리지 않았다. 태극낭자들은 마지막까지 자신감있는 모습으로 적지에서 훌륭한 경기력을 보였다. 월드컵 16강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중국전 승리가 이를 증명했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