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허준혁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선발 투수로서 제 역할을 했다.
허준혁은 24일 창원 NC전에서 선발로 등판, 5이닝 5피안타 3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85개 였다.
지난 7월5일 등판 이후, 무려 19일 만의 선발 등판.
1회부터 급격히 흔들렸다. 기본적인 제구 자체가 불안했다.
선두타자 박민우부터 김종호 나성범 테임즈에게 연속 4안타를 내주며 2실점. 여전히 무사 1, 2루의 위기. 조기 강판의 위험성도 있었다.
김성욱의 빗맞은 타구가 애매했다. 우익수 민병헌이 전력질주, 간신히 잡아냈다. 2루 주자 나성범의 귀루가 늦었다. 결국 더블 아웃. 이후 1루 주자 테임즈가 허준혁의 견제구에 걸려 1, 2루 협살로 아웃. 간신히 위기를 벗어났다.
2회 선두타자 조영훈을 1루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안정을 되찾는 듯 했다. 하지만 모창민에게 솔로홈런을 맞았다. 3실점 째.
3, 4회에는 선두 타자를 모두 볼넷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3회 김종호를 삼진 처리한 뒤 나성범마저 내야 플라이로 아웃. 테임즈를 고의4구로 내보냈지만, 김성욱을 좌익수 플라이를 처리했다. 4회에는 모창민을 우익수 플라이, 지석훈을 삼진, 김태군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닝을 갈수록 안정감을 되찾는 모습. 동시에 위기 관리능력이 돋보인 허준혁의 투구였다. 5회에는 박민우 김종호 나성범을 모두 내야 땅볼로 처리하며 가볍게 이닝을 끝냈다. 투구수가 85개에 이르자, 두산 벤치는 허준혁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함덕주를 투입했다. 그동안 허준혁은 눈부신 호투를 연이어 보여줬다. 평균 자책점이 1.08에 불과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위기가 온다. 이날, 허준혁의 컨디션은 매우 좋지 않았다. 오랜만의 등판으로 실전감각이 살아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빛나는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이날 올 시즌 선발 등판 이후 최다실점을 했지만,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허준혁이었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