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는 악재가 가득하다. 지난 시즌 챔프전의 잇단 '해프닝'. 결국 강행한 외국인 선수 쿼터제 확대. 한 고비는 넘겼지만, '전창진 감독 논란'이 비 시즌을 지배했다. 대표팀에 대한 실망스러운 지원까지.
한편에서는 '이런 상태에서 시즌을 할 필요가 있나'라는 회의론까지 나온다. 물론 과도한 얘기지만, 현 상황에서 충분하 나올 수 있다. 그래도 프로농구는 계속 되고 있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 아웃이 마감됐다. 4라운드부터 2명의 출전한다. 때문에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더욱 확대됐다. 여기에 변수가 있다. 1m93 이하 단신 외국인 선수 1명이 포함되면서 변수는 걷잡을 수 없이 많아졌다. 그 선수의 기량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또 하나, 기존 선수들과 결합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시너지 효과, 혹은 악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 팀의 오롯한 전력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외국인 선수는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최대치의 예상은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하다. 그래서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와 팀 전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준비했다. 시리즈 1탄은 1순위 리카리도 라틀리프를 잡은 삼성이다.
*지명내용
1순위=리카르도 라틀리프(1m99·센터) 2순위=론 하워드(1m89·포인트가드/ 슈팅가드)
▶그들은 누구인가
라틀리프는 설명이 필요없는 선수다. 지난 시즌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을 받았다. 모비스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1m99의 센터로서는 다소 작은 키지만, 엄청난 파워와 운동능력으로 골밑을 지배한다. 특히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에너지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때문에 골밑 뿐만 아니라 속공에도 능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팀 공헌도가 매우 높다. 게다가 지난 시즌 약점이던 미드 레인지 점프슛까지 강화, 국내 리그에서 막기는 매우 어렵다. 약점을 거의 찾을 수 없다.
풋워크가 다소 엉성하지만, 강력한 파워로 만회한다. 굳이 약점을 꼽자면 세심한 성격이다. 모비스 시절 팀동료들이 자신의 플레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스스로 난조를 보이는 모습이 종종 있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사실 팀동료들의 문제가 더 컸다.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에서 예민한 성격 때문에 강인한 리더로서 모습이 다소 약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워낙 강점이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실전에서 악영향은 그렇게 많지 않다.
론 하워드는 맨 마지막인 20순위로 뽑은 선수다. 단신 선수 중 가장 기량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득점력만큼은 검증됐다. D-리그에서 3년동안 경기당 평균 20점 안팎을 올린 선수다. 우승 DNA도 가지고 있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가 인상적이고, 미드 레인지 점프슛이 간결하다.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모두 볼 수 있는 콤보형 가드다. 하지만 3점슛 정확도가 떨어지고, 외곽 수비는 검증되지 않았다.
▶팀 약점 & 포지션 중복은?
기본적인 삼성은 전력 자체가 완벽히 업그레이드됐다. 라틀리프를 지명하면서 화룡점정을 찍은 느낌이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 팀 약점을 메울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선수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또 하나 기존 선수들과의 포지션 조화도 중요하다.
절대적인 기준에서 포지션 중복 요소가 있긴 하다. 삼성은 센터 김준일과 포워드 문태영이 중심이다. 여기에 베테랑 가드 주희정이 뒤를 받친다.
라틀리프와 김준일의 행동반경은 겹친다. 두 선수 모두 정통센터다. 골밑 장악력이 뛰어나지만, 활동반경이 그리 넓진 않다. 물론 삼성 입장에서 1순위로 라틀리프를 뽑는 것은 당연했다. 그만한 골밑 지배력을 갖춘 선수는 드물다.
게다가 둘의 공존 가능성도 열려 있다. 두 선수 모두 정교한 미드레인지 점프슛이 강점인 선수다. 즉, 골밑과 미드 레인지의 공간활용만 제대로 한다면, 두 선수의 조화로운 하이-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삼성의 실질적인 에이스는 문태영이다. 내외곽이 모두 뛰어난 멀티 플레이어다. 하지만 3점슛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 1대1 돌파나 정교한 미드 레인지 점프슛이 강렬한 선수다. 이런 측면에서 2순위 론 하워드의 3점슛 약점은 삼성에 고민이 될 수 있다. 삼성은 여전히 정교한 외곽 3점 슈터가 없다. 장민국 임동섭 박재현 주희정 등이 포진해 있지만, 3점슛 정확도 면에서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데, 외곽의 강력한 스코어러가 없다면, 삼성의 공간활용도가 공격에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실전에서 전체적인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내외곽의 밸런스가 깨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키 플레이어는 주희정
삼성은 이제 상위권 도약의 전력을 마련했다. 객관적인 전력 자체가 강해졌다. 특히 골밑은 매우 위협적이다. 문태영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가 리바운드 가담이다. 때문에 라틀리프, 김준일, 문태영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골밑은 동부와 함께 리그 최상급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삼성 입장에서는 더욱 중요한 부분이 있다. 라틀리프, 하워드, 문태영, 주희정 등이 모두 새로 가세했다. 지난 시즌 베스트 5에는 김준일만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승부처를 견딜 수 있는 팀의 응집력과 조직력이 필요하다. 특히 하워드와 문태영의 경우 수비에서 다소 고전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팀 승리를 위해서는 끈끈한 수비력은 필수다. 이 부분은 개인의 능력 뿐만 아니라 팀 자체가 가지고 있는 팀컬러에서 수비 조직력이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 전자랜드나 모비스를 보면 알 수 있다. 때문에 전력 자체가 좋아진 삼성이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런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가미되어야 한다. 즉, 베테랑의 구심점이 필요한데,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주희정이다. 20분 내외를 뛰면서 팀을 한 곳으로 묶을 수 있는 리더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 일단 삼성은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엄청난 수확을 거뒀다. 결과적으로 명가의 부활을 가동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제 구슬 서말을 꿰는 일만 남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