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담배회사인 JTI코리아가 최근 안팎으로 시끄럽다. 1992년 국내 담배시장에 진출한 JTI코리아는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의 부당노동 행위를 주장하는 노동조합과의 갈등이 이어지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만든 재고 담배를 담뱃세가 오른 올해에 팔면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지적과 함께 매년 거액의 로열티를 본사에 지급하면서도 기부는 인색하다는 따가운 눈총도 받고 있다.
'메비우스'를 비롯해 '카멜', '윈스턴' 등 세계적인 담배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는 JTI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글로벌 회사로 전 세계 12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JTI코리아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한때 10%를 웃돌기도 했지만 최근엔 6%선 까지 급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갈등 격화에 국내 진출이후 최대 위기
JTI코리아는 최근 부당해고와 임금협상의 이견으로 노조와 갈등을 겪으며 물의를 빚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장난치듯이 부당해고를 남발하고 있다"며 "해고자를 즉각 원직복직 시키고, 정신적 물질적 피해도 당장 배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 JTI코리아는 올해 조합원 9명을 해고했다. 노조는 이같은 사실을 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제소했다. 지노위는 부당해고를 당한 것으로 인정, 9명 전원을 복직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노조는 사측이 해고자에게 개별로 접촉하며 3개월 정직으로 감면해 주겠다고 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JTI코리아는 임금교섭을 진행하는 중에 비조합원은 임금인상하고 조합원은 동결했다. 특히 마지막 교섭에서 비조합원보다 낮은 임금을 제시하며 성실교섭을 한 것처럼 둔갑하며 차별했다
고영현 JTI코리아 노동조합위원장은 "지난 6년간 똑같은 수법으로 장난치며 조합원의 임금을 비조합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게 주었다"며 "이것은 암묵적으로 노조가입을 방해하고 탈퇴를 유도해 궁극적으로 노조를 없애려는 행위"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JTI코리아가 무원칙 인사발령을 실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 위원장은 "사측이 재택 근무하던 조합원들을 하루 500~700㎞ 출·퇴근길에 달하는 원거리 지점으로 발령, 사실상 퇴사의 길로 내몰았다"고 밝혔다.
이어 "연초 삭감 당한 임금을 회복하기 위해 20%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했지만 회사는 4% 인상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사측이 경영난을 핑계로 대지만 경영진의 차량 업그레이드와 거액의 법무, 노무법인 자문료 지급 같은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JTI코리아는 현재 노조측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JTI코리아 관계자는 "노사와의 대립을 원하지 않으며, 노조 측과 현 상황을 타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도한 수수료에 인색한 기부금도 논란
이런 상황에서 JTI코리아가 본사에 매년 송금하고 있는 거액의 로열티와 지급수수료도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JTI코리아는 상표 및 기술사용의 대가로 최근 5년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본사로 보냈다. 이는 5년간 총 매출액의 약 8%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해 2356억원의 매출을 올린 JTI코리아는 로열티와 지급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본사와 관계사 등에 약 370억원을 송금했다. 또한 2010년에는 2211억원 매출에 101억원, 2011년 2379억원에 120억원, 2012년 2575억원에 약 205억원, 2013년 2427억원에 약 267억원 등을 지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도한 수수료가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국부 유출'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JTI코리아측은 이에 대해 "적자가 났음에도 로열티 등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 비용에 이미 포함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로열티 등을 지급하는 바람에 적자 폭이 확대됐다는 얘기다.
여기에 JTI코리아의 인색한 기부문화도 곱지 않은 시선 가운데 하나다. 최근 5년간 JTI코리아의 총 기부금은 12억원 가량이다. 이는 총 매출액의 0.1% 수준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 1억4000만원, 2011년 3억원, 2012년 2억6395만원, 2013년 2억3871만원에 이어 지난해 2억3412만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이에 대해 JTI코리아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0.5~1%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지출해 왔다"며 "동종업계 다른 업체와 비교해 적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편, 최근 기획재정부는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JTI코리아 등 담배 판매업체 4사에 재고 차익에 대한 사회환원 계획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재고 차익은 올초 담뱃값 인상에 앞서 출하한 담배를 인상 이후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세금차액을 말한다. 담배 4사의 재고 차익은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1위인 KT&G가 2000억원, 외국계 3사가 4000억원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