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데렐라' 이정협(상주)의 성공 이후로 슈틸리케호 명단발표 때마다 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깜짝 발탁'이다.
이번 2015년 동아시안컵은 어느때보다 '깜짝 발탁'에 대한 기대가 컸다. 10일 동아시아축구연맹을 통해 발표된 50인의 예비명단에 올림픽대표팀, K리그 챌린지 등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신데렐라의 탄생에 대한 기대가 모아졌다. 20일 동아시안컵에 출전할 23명의 최종엔트리가 공개됐다. 기대보다는 파격의 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팬들의 눈길을 끌만한 '깜짝 발탁'도 있었다. 주인공은 구성윤(곤사도레 삿포로) 이찬동(광주) 김민혁(사간 도스)이었다.
A대표팀에 첫 승선한 구성윤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김승규(울산)에 이어 제3의 골키퍼로 이름을 올렸다. 김진현 김승규의 선발은 예견됐었다. 이들은 슈틸리케호에서 부동의 수문장으로 활약했다. 3번째 골키퍼는 이범영(부산)이 한발 앞서 있는 가운데 오히려 '깜짝 카드'로는 김동준(연세대)이 더 유력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광주유니버시아드 경기를 두차례 관전했다. 김동준은 광주유니버시아드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구성윤이었다. 구성윤은 지난 6월 올림픽대표팀의 프랑스, 튀니지 친선경기에 출전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1월 태국 킹스컵에도 나섰다. 1m95-82kg의 좋은 신체 조건을 자랑하는 구성윤은 대학 진학대신 곧바로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 입단했다. 하지만 김진현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곤사도레 삿포로로 이적해 주전 골키퍼로 발돋움했다. 구성윤은 소속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A대표팀에 발탁돼 기쁘다. 처음 발표를 접하고 놀랐다"며 "뽑힌 이상 연습에서 슈틸리케 감독에게 어필한 뒤 출전 기회를 얻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찬동도 이번이 첫번째 A대표팀 발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찬동을 선발하느냐 최보경(전북)을 선발하느냐 끝까지 고심했다. 지난번엔 최보경이 최초 발탁이었다. 6월에 경기 끝나고 지켜본 결과 최보경은 기존의 모습과는 다른 경기력을 보였다. 그래서 이찬동을 뽑았다. 앞으로도 K리그에서 활약 좋은 선수들 중심으로 뽑을 생각이다"고 했다. 2014년 광주에 입단한 이찬동은 곧바로 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자리잡았다. 데뷔시즌 31경기에 출전해 광주의 K리그 클래식 승격에 기여했다. 올시즌에도 19경기 출전했다. 공격형과 수비형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이찬동은 올림픽대표팀에서도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오전 훈련을 마친 뒤 국가대표 발탁 소식을 전해들은 이찬동은 "어릴 때 국가대표의 꿈을 꾸고 축구를 시작했는데 너무 기쁘다. 자만하지 않고 초심을 생각하겠다.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혁(사간 도스)은 김영권(광저우 헝다) 김주영(상하이 상강) 김기희(전북)와 함께 중앙수비를 이끈다. 김민혁은 지난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다. 그는 장현수와 함께 중앙수비로 나서 단단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1월 제주 전지훈련에도 김민혁을 선발하는 등 오랜기간 주시해왔다. 김민혁은 4월 J리그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얼굴을 밟는 반칙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수비력만큼은 J리그에서도 정상급으로 꼽히는 선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